(도쿄=연합뉴스) 김정선 특파원 = 1923년 일본 간토(關東)대지진 당시 조선인들에게 자행된 학살을 다룬 책을 원작으로 한 연극작품이 도쿄(東京)에서 무대에 오른다.
19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극작가 사카테 요지(坂手洋二) 씨는 프리랜서 저술가인 가토 나오키(加藤直樹) 씨가 2014년 출간한 '9월, 도쿄의 길 위에서'를 원작으로 한 동명의 작품을 오는 21일부터 세타가야(世田谷)구의 한 공연장에서 선보인다.
가토 씨의 저서는 간토대지진 당시의 조선인 학살 사건을 조명했다.
1923년 9월 1일 도쿄 등 간토 지방에서 규모 7.9로 발생한 간토대지진 때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는 유언비어가 유포됐고 이 과정에서 자경단, 경찰, 군인 등이 재일 조선인들을 학살했다.
지난해 9월 1일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지사는 간토대지진 당시 학살된 조선인들을 추모하기 위한 집회에 현직 지사로는 처음으로 추도사를 보내지 않아 시민단체 등의 비판을 받았다.
가토 씨 등 뜻을 함께하는 이들은 이에 항의하고 2018년도에는 추도사를 보낼 것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는데, 이번에 연극작품을 선보이는 극작가 사카테 씨 역시 이에 이름을 올린 바 있다.
사카테 씨는 가토 씨의 저서를 연극으로 선보이기로 하고 인근 지역의 학살 현장을 방문하기도 했다.
그는 미국의 인종차별을 배경으로 한 '증오 범죄'와 관련된 번역극을 다룬 적도 있다.
사카테 씨는 "자연재해로 무력감과 불안에 사로잡힌 사람들이 소수의 '이방인'을 공격하는 상황은 현대에도 이어지는 것 같다"고 신문에 말했다.
이번 공연은 그가 연출을 맡고 있는 극단 '린코군'(燐光群)의 신작으로 관객과 만난다.
공연은 내달 5일까지 '시모키타자와 더 스즈나리'에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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