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계 휩쓴 숀 논란…"순위 조작? 새로운 유통 패러다임?"

입력 2018-07-19 18:03   수정 2018-10-01 16:35

가요계 휩쓴 숀 논란…"순위 조작? 새로운 유통 패러다임?"
가온차트 "1·2분기 음원결산 1위 장덕철·닐로"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지난 4월 가수 닐로에 이어 이번엔 밴드 칵스 멤버 겸 DJ인 숀이 가요계에 음원차트 조작 논란을 불러왔다.
인지도가 낮은 숀의 '웨이 백 홈'(WAY BACK HOME)이 특별한 화제성 없이 아이돌 음원이 강세인 시간대에 1위에 오르자, 음원 사재기 같은 의도적인 순위 조작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이다.
닐로와 마찬가지로 숀도 페이스북 페이지를 기반으로 한 SNS 마케팅 외에는 한 것이 없으며 "결단코 음원 사재기나 불법 마케팅은 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차트에 오랜 불신이 쌓인 누리꾼들은 아이돌 팬들의 스트리밍이 활발한 새벽 시간대에 1위를 차지한 점, 음원 상승 그래프 추이가 수상하다는 점 등을 거론하며 의혹을 거두지 않고 있다.
이 논란은 가요계에서 점차 확산하는 분위기다. 박진영이 여러 기획사와 이 문제를 논의한 뒤 문화체육관광부와 공정거래위원회에 조사를 의뢰하겠다고 공론화 뜻을 밝히고, 윤종신이 실시간차트와 '톱 100' 전체재생 등 차트의 문제점을 개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그러자 숀의 소속사 디씨톰엔터테인먼트는 이 논란을 정면 돌파하겠다며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 누리꾼 의혹 속 업계도 "합리적인 의구심"
가온차트에 따르면 2018년 1분기 음원 결산에서 장덕철의 '그날처럼'이 1위, 2분기 결산에서 닐로의 '지나오다'가 1위를 차지했다.
김진우 가온차트 수석연구위원은 "리메즈엔터테인트 소속 가수들이 1분기와 2분기 모두 정상에 올랐다"고 전했다.
닐로와 장덕철이 소속된 리메즈엔터테인먼트는 SNS 바이럴 마케팅 회사로, 닐로의 '지나오다'가 갑작스럽게 1위를 할 당시 음원 사재기 논란에 휩싸였다. 리메즈는 "음원 사재기나 불법 프로그램을 활용해 조작하지 않았다"며 "타깃층 분석을 통한 SNS 마케팅 효과"라고 했지만, 바이럴 업체들이 파워 페이지에 건당 돈을 내고 홍보성 콘텐츠를 게재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편법' '꼼수'라는 비난이 일었다.
숀이 닐로와 같은 논란에 휩싸인 것은 페이스북을 통한 바이럴 마케팅을 했으며, 일반 이용자 수가 저조한 새벽 시간대에 1위를 찍었다는 공통분모가 있어서다. 특히 닐로 사태 이후 이달부터 가요계가 오전 1~7시 차트를 운영하지 않는 이른바 '차트 프리징'을 실시한 가운데, 숀의 노래는 밤 12시에 1위로 올라섰고 다음 날 오전 7시까지 차트에서 1위로 노출됐다.
대중음악평론가 김작가는 연합뉴스에 "의심을 살 만한 정황으로 합리적인 의구심은 든다"며 "잘 알려지지 않거나 팬덤이 없는 뮤지션의 노래가 차트에 진입할 때는 방송에서의 화제 등 외적 배경이 있기 마련인데, 숀은 아이돌 이외 음원이 급격히 하락하는 시간대이자, 차트 프리징 직전에 1위를 차지했다"고 지적했다.
또 "특히 페이스북 일부 페이지들은 사용자 계정을 대량 구매해 '좋아요'와 댓글수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는 듯한 의심이 가는 경우가 많다"고 꼬집었다.


◇ 검찰 수사 의뢰까지 확산…"순위 조작? 새로운 유통 패러다임?"
이번 논란은 숀 측의 반박에도 확산하는 모양새다.
박진영은 지난 18일 SNS를 통해 여러 기획사의 이 문제를 논의한 뒤 문화체육관광부와 공정거래위원회에 조사를 의뢰할 계획이며, 추가 결과에 따라 검찰에도 이 문제를 의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같은 날 윤종신도 SNS에 글을 올려 차트 진입이 목표가 된 현실을 개탄하며 음원사이트의 실시간 차트와 '톱 100' 전체재생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음원사이트의 첫 페이지가 개인별로 자동 큐레이션 되어야 하며 '톱 100' 전체재생 버튼을 없애는 방안을 제안했다.
업계의 움직임이 나오자 숀의 소속사는 19일 오전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수사 의뢰 요청서를 접수하고 정면 돌파 의지를 분명히 했다. 소속사는 주요 음원사이트 등에 숀의 음원에 대한 불법 이용 내역 조사와 발매 이후 시간대별, 이용자별 상세 내역 제공을 요청했으나 받지 못했다고도 설명했다.
숀 측의 주장과 의혹이 팽팽한 가운데 현재로서는 놀라운 사재기 기술을 통한 인위적인 순위 조작인지, SNS의 영향력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유통 패러다임의 변화인지 면밀한 조사가 필요한 상황이다. 숀 측은 반박 자료에서 "좋은 콘텐츠를 시대 변화 흐름에 맞춰 좋은 플랫폼에 노출시킨 것"이라며 "전통적인 방송이 아니라 시대 흐름에 맞춰 좋은 성과를 내는 것이 욕을 먹어야 하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최광호 한국음악콘텐츠협회 사무국장은 "사재기인지, 새로운 유통 패러다임의 변화인지 우리도 의지를 갖고 살펴보는 중"이라며 "결론이 나기 전에 사재기로 몰아가면 안 되며 납득할 만한 증거를 제시하는 것이 목표다. 문체부가 닐로 사태 이후 조사를 진행하는 과정이어서 업계 전문가들이 방법론 등을 제시해 함께 실마리를 풀어나가려 한다"고 말했다.
연예기획사 매니저들이 모인 단체인 한국매니지먼트연합 관계자도 "이미 몇 차례 음원 사재기 문제가 대두했고 닐로 논란 당시 문체부에 공문을 보내고 공정위에 제보도 했지만 의혹이 해소되지 못했다"며 "정직하게 활동하는 음악인까지 피해를 볼 수 있으니 논란 종식을 위해 유관 부처와 업계가 위원회 구성 등의 협의를 모색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mimi@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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