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연합뉴스) 이영희 기자 = 부산항은 절반에 가까운 환적물동량을 미국과 중국에 의존하고 있어 두 나라 간 무역전쟁으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된다.
20일 부산항만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부산항에서 처리한 환적화물은 20피트짜리 컨테이너 기준으로 1천22만5천개에 이른다.
환적이란 화물을 출발지에서 목적지로 곧장 수송하지 않고 중간에 배를 바꿔 싣는 것을 말한다.
항만공사가 부산항에서 배를 바꾼 환적화물의 출발지를 분석해 보니 중국이 전체의 39.6%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부산항을 거치는 중국의 환적화물은 톈진항, 칭다오항, 다롄항 등 북중국 항만에서 주로 출발한다.
그 뒤를 이어 일본 13.8%, 미국 12.4%, 캐나다 3.9%, 기타 국가 30.3%의 순이었다.
환적화물의 도착지에서도 중국(21.2%)의 비중이 가장 컸고, 미국(17.5%)이 두 번째였다.
일본은 17.4%, 캐나다는 4.9%, 기타 국가는 38.9%로 나타났다.
출발지와 도착지를 종합하면 부산항의 환적화물 가운데 중국과 미국을 오가는 교역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45.4%에 달했다.
두 나라가 막대한 규모의 보복관세를 상대국의 수출품에 부과하면 교역이 줄고 이는 부산항의 환적화물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중국으로 나가는 우리나라의 중간재 수출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장기화하고 유럽연합 등 다른 나라들마저 가세하면 무역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경제 전체가 큰 타격을 받아 수출입 물동량도 감소하게 된다.
부산항만공사는 미·중 무역전쟁이 물동량에 미칠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5월과 6월에는 중국기업들이 보복관세 부과에 따른 피해를 줄이려고 미국 수출품을 앞당겨 선적해 부산항의 환적화물이 각각 8.8%와 12.7%나 늘기도 했다.
두 나라가 7월 6일부터 500억 달러 규모의 보복관세를 추가로 부과함에 따라 조만간 그 영향이 본격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터미널 운영사들이 집계한 올해 상반기 부산항의 컨테이너 물동량은 1천36만2천여 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993만1천여 개)보다 4.3% 늘었다.
우리나라 수출입화물은 494만1천여 개로 1.08% 늘어나는 데 그쳤으나 환적화물은 542만여 개로 7.49% 늘었다.
이처럼 물동량 증가를 견인하는 환적화물이 무역전쟁의 영향을 크게 받으면 부산항의 올해 물동량 목표(2천150만개) 달성도 어려워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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