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보리 대북정제유 추가 공급 금지 놓고 엇갈린 입장
美, 대북 제재 유지해야 입장…中·러, 이젠 제재 완화해야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6·12 북미정상회담 이후 북한 비핵화 협상이 속도를 내지 못하는 가운데 중국·러시아가 미국과 대북제재 이행을 두고 견해 차이를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어 주목된다.
실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제재 결의상의 정제유 도입 상한을 위반했다는 의심을 받는 북한에 대해 '올해 정제유 추가 공급을 금지해야 한다'는 미국의 최근 요구에 19일 중국과 러시아가 검토할 시간과 정보를 요구하고 나선 데서도 이견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이는 중러 양국이 6·12 북미정상회담 직후 '안보리 이사국은 북한이 안보리 결의를 준수하는 것을 고려해 제재를 완화할 의사를 표명한다'는 언론 성명을 추진하려다 미국의 반대로 무산된 데 이은 2차전 격이다.
실질적인 대북 제재 이행 문제로 미국과 중·러가 신경전을 벌이는 양상이다.
미국, 중국, 러시아 3국은 외견상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를 충실히 이행한다는 기본 입장에는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속내를 보면 분명한 비핵화 조치 이전에는 대북제재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는 미국과 조기 제재 완화를 바라는 중국·러시아 간에는 간극이 뚜렷하다.
이런 기류는 북미 비핵화 협상이 사실상 교착 국면에 들어서면서 더 확연하게 드러난다.
20일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6∼7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방북 협의에서 비핵화 조치와 대북 안전보장책 등 상응조치의 선후관계를 놓고 이견을 노출한 이후 미국은 대북 제재의 충실한 이행 필요성을 특별히 강조하는 분위기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측으로선 논란을 무릅쓰고 한미연합군사훈련 유예라는 카드를 선제적으로 썼음에도 북한이 종전선언 실행을 강하게 제기하고 나선 데 반발하면서 미 조야에선 대북 강경 기류가 형성되고 있어 보인다. 트럼프 미 행정부 안에서는 '남은 대북 지렛대는 제재뿐'이라는 인식에 힘이 실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포함해 미 주요인사들은 '비핵화때까지 대북 제재 유지' 기조를 재확인하면서, 안보리 등을 중심으로 제재망을 다시 추스르겠다는 생각을 내비치고 있어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을 연계한 대북 발언을 자주 하고 있다. 중국이 대북 협상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 요지다.
지난 9일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글에서도 감지되듯 미국은 북중 국경지대를 통한 밀무역 단속이 느슨해지고 있다는 등의 문제 인식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시 말해 뚜렷한 비핵화 전까지는 분명한 대북제재 기조가 유지돼야 하는데 중국 탓에 '틀어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어 보인다.
그러나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과는 결이 달라 보인다. 안보리 결의의 충실한 이행을 계속 거론하고 있긴 하지만, 북한이 핵·미사일 실험 중단을 선언하고 핵실험장을 폐기하는 등 비핵화 관련 행보에 나선 상황에서 작년 북한이 도발을 지속하던 때와는 다른 대북제재를 해야 한다는 견해를 가진 것으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북 정제유 공급 건(件) 뿐 아니라 앞으로도 비핵화 협상이 속도를 내지 못할 경우 미국과 중국·러시아 사이에는 대북 제재 이행을 놓고 공방이 벌어질 소지가 적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미중 양국이 무역 문제로 충돌하는 상황에서 중국이 미국 주도의 대북 압박강화 기조에 적극적으로 동참하지 않을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우리 정부 역시 한미 대북 공조와 남북관계 개선을 동시에 추진해 나가는 과정에서 대북제재 이행 강도를 둘러싼 논란에 휘말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정부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확신이 있을 때까지는 대북제재를 확고히 유지"(19일 노규덕 외교부 대변인 브리핑)한다는 입장이지만 안보리 금수 품목인 북한산 석탄이 지난해 10월 국내 반입·유통된 사실이 최근 뒤늦게 알려지면서 대북 제재망에 구멍이 생긴 것 아니냐는 지적이 국내 일각에서 제기됐다.
이런 가운데,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20일(현지시간) 유엔 안보리 이사국 대상 비핵화 및 한반도 평화 관련 공동 브리핑에서 양측이 대북 제재 문제와 관련해 완전히 일치된 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 외교가는 주목하고 있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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