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중국에 대한 미국의 기술견제로 중국 과학자들이 미국 비자를 받지 못해 미국에서 열리는 국제 학술행사에 참석하지 못했다.
20일 중국 관찰자망에 따르면 지난 15∼16일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제42회 국제우주과학위원회(COSPAR) 학술총회에 중국의 지진예측 위성 장헝(張衡)-1호 프로젝트를 이끌었던 전문가들이 대거 불참했다.
중국 고대 동한 시기에 간이지진계를 발명한 장헝의 이름을 따 지난 2월 발사된 이 위성은 전자기장, 전리층 플라스마, 고에너지 입자 등의 관측을 통해 지진 예측을 돕게 된다.
총회에는 장헝-1호 운용 성과를 논의하는 이틀간의 세션이 포함돼 있었는데 정작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중국 전문가들이 나타나지 않은 셈이다.
세션을 담당한 한 관계자는 "참석 예정이었던 중국 전문가들이 미국 비자를 발급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장헝-1호 프로젝트의 수석과학자 선쉬후이(申旭輝)도 "대회에 참석하려던 장헝1호 연구팀이 모두 비자를 발급받지 못했다"면서 "비자 발급이 거부된 구체적 사유는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장헝-1호 프로젝트를 공동으로 추진하던 이탈리아 측 전문가들은 이번 대회에 참석했다. 국제 우주과학계의 최대 규모 학술행사인 국제우주과학위원회 총회는 올해 미국 항공우주국(NASA) 창설 60주년을 겸해 전 세계 2천200여 명의 과학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중국 과학자의 입국 거부를 두고 미국이 중국과 통상갈등을 벌이면서 중국의 기술력 강화에 대한 경계감으로 중국의 과학 학술연구를 고립시키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미국 내에서는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와 기술 해킹에 대한 경계감이 커지고 있다.
과거에도 비자발급 문제로 중국 학자들이 미국에서 열린 학술행사에 참석하지 못한 적이 있었다. 중국 달 탐사 우주프로젝트 센터의 위궈빈(于國斌) 부주임이 지난해 3월 미국 텍사스주에서 열린 천문학 행사에 비자를 발급받지 못해 참석하지 못했다.
중국도 미국의 견제에 맞서 미국과의 학술 교류를 축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최근 중국 교육부는 전국 대학들이 진행하고 있는 234개 대외 협력사업을 중지시켰다. 전체 협력사업의 5분의 1에 달하는 규모다.
또 중국 정부의 검열과 통제를 비판해오던 미국 국적의 크리스토퍼 볼딩 베이징대 교수가 최근 대학 측의 재계약 거부로 해고된 것도 미·중 학술 교류가 위축되는 조짐의 하나로 해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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