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사법부 보수화' 첫 제동…연방판사 지명자 낙마

입력 2018-07-20 16:04  

트럼프의 '사법부 보수화' 첫 제동…연방판사 지명자 낙마
항소법원판사 지명자 바운즈 1995년 대학신문에 쓴 '인종주의' 기사 논란




(서울=연합뉴스) 신지홍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연방 항소법원 판사 지명자가 19일(현지시간) 인종주의 논란에 휘말리면서 인준표결 직전 전격 낙마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전했다.
연방대법관에 보수인사를 꽂거나 지명하는 등 지난해 1월 취임 이후 사법부의 보수화 드라이브를 가속해온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첫 제동이 걸린 셈이다.
미국 상원을 장악하고 있는 공화당 소속인 미치 매코널(켄터키) 상원 원내대표는 이날 같은 당 소속의원들과 비공개 오찬 회동을 마친 뒤 예정돼 있던 라이언 웨슬리 바운즈 제9 연방 항소법원 판사 지명자에 대한 인준 표결을 전격 중단했다.
이 오찬에서 공화당내 유일한 흑인 상원의원인 팀 스콧(사우스캐롤라이나)이 인준 반대입장을 밝힌 데다 마코 루비오(플로리다) 상원의원 등 일부 의원이 이러한 입장에 가세했기 때문으로 전해졌다.
연방항소법원 판사에 대한 상원 표결에서 인준 기준은 단순 과반이다. 하지만 현재 상원은 공화당과 민주당이 51대 49여서 공화당에서 한두 표만 이탈하더라도 통과를 장담할 수 없다.
특히 뇌종양 투병 중인 공화당의 존 매케인(애리조나) 상원의원이 표결에 불참하는 가운데 민주당 의원 전원이 반대표를 던질 것으로 보여 공화당으로서는 인준표결의 시도가 무의미한 상황이 됐다. 그러자 이러한 기류를 파악한 바운즈 지명자가 스스로 후보직을 사퇴했다.
그의 낙마를 가져온 결정타는 스탠퍼드 대학 재학시절인 지난 1995년 보수성향의 학생신문 '스탠퍼드 리뷰'에 쓴 기사에서 드러난 인종주의적 시각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 기사에서 다문화주의에 대한 부적절한 강조의 의미로 '인종적 사고'(race-think)라는 말을 만들어냈다고 WSJ은 전했다.
또 소수인종 단체의 존재는 대학의 다양한 커뮤니티를 유지하는데 필요한 전제가 아니라며 학내 인종주의 반대 단체들을 깎아내리면서 백인 학생들은 '아리안(비유대계 백인) 학생연합'이 없어도 잘하고 있다는 식의 주장을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스콧 의원은 바운즈 지명자와 전화통화하고 면담도 했다면서 "그와의 대화 후 답할 수 없는 질문이 생겨 그를 지지할 수 없게 됐다"고 성명에서 밝혔다. 루비오 의원도 오찬 회동에서 바운즈 지명자가 자신이 썼던 문제의 기사를 사전에 공개하지 않은 점을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바운즈 지명자의 낙마로 사법부의 보수화를 서둘러온 트럼프 대통령은 제동이 걸리게 됐다. 블룸버그통신은 "보수적인 방향으로 연방법원들을 움직이기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드라이브에 이례적인 차질이 빚어졌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지금까지 23명의 항소법원 판사를 지명해 자리에 앉히는 데 성공했다. 법관 지명자의 낙마는 이번이 처음이다.
연방대법관에도 보수성향의 닐 고서치 판사를 지명해 취임시킨 데 이어 이달 말 퇴임하는 앤서니 케네디 대법관의 후임에 역시 젊은 보수 브렛 캐버노 판사를 지명해 인준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미 연방 항소법원은 우리나라의 고등법원에 해당하는 2심 법원이며 각 지역에 12곳을 두고 있다. 대개의 항소법원은 10∼15명의 판사가 있으며 종신직이다. 연방대법원이 매년 상고심 가운데 100건 이하만 처리하기 때문에 항소법원은 사실상의 최종심에 해당한다. 판사는 종신직이며 상원이 승인하면 대통령이 임명한다.
바운즈가 지명된 제9 연방 항소법원은 캘리포니아를 포함해 서부 9개 주를 관장하며 미 전역에서 가장 진보적 성향의 항소법원으로 꼽힌다.
shi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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