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연천·철원=연합뉴스) 권숙희 기자 = 지난 12∼20일 파주, 철원, 연천에 이르는 비무장지대(DMZ) 일원을 돌아봤다.
더 가까이, 더 오래 머무를 수 없어 아쉬웠던 DMZ의 풍경을 사진으로 소개한다.
DMZ에서 만난 장병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DMZ는 지금까지 내가 본 가장 아름다운 풍경"이라고 말했다.
DMZ는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채로 248㎞의 생태 벨트를 이루고 있다.
특히 DMZ의 숲은 '2차림'인 덕에 이국적인 풍경 같은 느낌을 준다.
2차림이란 간벌이나 산불 등 자연·인위적인 원인으로 원래의 산림이 훼손된 뒤 자연적으로 재생한 숲이다.
DMZ의 숲을 멀리서 바라볼 수밖에 없다는 게 아쉬워 찍은 사진들을 자꾸 확대해 봤다.
환경부 산하 국립생태원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DMZ에는 멸종위기 101종을 포함해 야생생물 5천929종이 산다.
2004년부터 연천 5사단 수색대대에서만 근무한 박우갑(35) 상사는 "DMZ 작전을 하다 보면 자라, 반딧불이, 육지거북, 딱따구리 등 보기 어려운 동물을 자주 마주치게 된다"며 "이곳에서는 이들도 왠지 친근하게 느껴진다"고 전했다.
DMZ 장병들에게 고라니는 너무 자주 보여 '괴롭히는 애'로 분류된다. 고라니는 철책에 설치된 감시장비를 자주 끊어내는 주범이기 때문이다.
연합뉴스 취재진은 이번 취재에서 운이 없어 멧돼지 가족과 한 차례 조우한 것 외에 다른 야생동물을 만나지는 못했다.
새벽에 오른 철원 최전방 군 관측소에서 바라본 풍경은 DMZ의 또 다른 매력이었다.
운해 사이로 산봉우리들이 듬성듬성 보이는 것이 한려해상을 떠올리게 했다.
구름은 거칠 것 없이 자유로이 움직였다.
강물도 마찬가지로 자유로이 흘러갔다.
어떠한 인기척도 없이 아침을 알리는 새들의 소리만 들려오는 풍경은 '평화로움' 그 자체였다.
해질녘과 야경을 좋아하는 장병들도 많았다.
DMZ의 야경이 특별한 이유는 철책 경계등을 빼곤 일대가 완전히 캄캄해지기 때문이다.
한 병사는 야간에 불빛을 볼 때의 느낌을 요즘 말로 "감성 돋는다"고 표현했다.
스무 살을 겨우 넘긴 청춘들은 DMZ 밤의 아름다움만으로도 "힘이 난다"고 했다.
1사단 백학OP에서 만난 김찬호(21) 상병은 "몸으로 하는 게 힘든 게 많다"면서 "사회에서는 바쁘게 있다가 보지 못했던 장면인데, 노을 보고 구름 보고 그러면 힘든 상황에서도 힘이 좀 생긴다"고 말했다.
6사단 최전방 GOP의 이재열(28) 부소초장은 "야간전투준비를 하는 시간대에 책임지역 끝 지점에 도달하게 되면 은은한 바람과 전국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DMZ의 저녁노을이 펼쳐진다"고 자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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