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되면 재난 수준] ② 도로 망가지고 곳곳서 정전사태…축제도 연기

입력 2018-07-20 18:20  

[이쯤되면 재난 수준] ② 도로 망가지고 곳곳서 정전사태…축제도 연기
전국 대부분 지역 '폭염특보'…다음 주 내내 무더위 지속



(전국종합=연합뉴스) 열흘이 넘게 이어지고 있는 폭염에 한반도 전체가 불구덩이로 변했다.
경남에서는 축제 연기가 줄을 이었고, 전기가 끊긴 아파트 주민은 강제로 한증막을 경험해야만 했다.
땡볕 더위로 몸살을 앓은 고속열차 속도가 늦춰지는가 하면 도로가 솟아올라 차량 통행이 제한됐다.
20일 낮 최고기온이 37도를 넘어선 경남 김해시는 오는 27일부터 3일 동안 열릴 예정이던 '2018 허왕후신행길축제'를 내달 31일부터 3일간으로 연기했다.
연일 이어진 폭염에 축제 퍼레이드 연출진과 관람객 모두 사고를 당할 우려가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행사 장소와 축제 내용은 수정하지 않기로 했다.
행사를 주관하는 김해문화의전당은 "폭염 속에 행사를 강행할 경우 관람객은 물론 축제 퍼레이드 출연진이 행사연습 등으로 오랜 시간 폭염에 노출돼 일사병과 열사병 등 심각한 안전사고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축제 연기 배경을 설명했다.


하동군도 20일부터 사흘간 하동송림공원과 섬진강 일원에서 열기로 했던 '제4회 알프스 하동 섬진강문화 재첩축제'를 무기한 미뤘다.
군은 전날 윤상기 하동군수 주재로 긴급회의를 열고 연일 이어지는 폭염으로 인한 안전사고에 대비하기 위해 이런 결정을 내렸다.
하동군 관계자는 "폭염이 계속되면서 축제에 참가한 관광객은 물론 주최 측 관계자들이 오랜 시간 야외에 노출되면 안전사고 우려가 있어 연기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대기가 절절 끓는 폭염 속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곳곳에서 전기가 끊겼다.
대구법원에서는 이날 오전과 지난 18일 2차례에 걸쳐 정전됐다. 대구고·지법 본관과 법정동 등에서 1∼3시간가량 정전이 발생하면서 일부 재판에 차질이 빚어졌다.
대구고법 관계자는 "무더위에 전기사용량이 급증해 법원 내 변압기 부품 일부에 문제가 생겨 정전이 일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6일에는 고양시 일산동구 사리현동의 한 아파트단지에 전기 공급이 중단됐다가 약 1시간 30분 만에 복구됐다.
이로 인해 아파트단지 266가구가 냉방을 하지 못하는 등 불편을 겪었다.
한국전력 측은 단지 내 나무가 고압선을 건드려 전기 공급에 차질이 생긴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지난 15일 오후 9시께 고양시 덕양구 원흥동 한 아파트단지에 전기 공급이 1시간가량 중단돼 960가구가 불편을 겪었고, 같은 날 부산시 부산진구 한 아파트 850세대에도 전기 공급이 중단돼 주민이 찜통더위에 그대로 노출됐다.



철도와 도로 등 사회간접시설도 가마솥더위 열기에 맥을 못 췄다.
20일 울산의 낮 최고기온이 35도 이상 치솟은 가운데 울산대교 도로 200여m 구간 포장 표면 곳곳이 솟아올라 차량 통행이 제한됐다.
지난 16일 경기도 안산시 상록구 서해안고속도로 서울방면 순산터널 부근에서 도로가 균열과 함께 30㎝ 이상 솟아올랐다.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이 구간을 지나던 차량 2대의 타이어와 범퍼 등이 일부 파손된 것으로 전해졌다.
도로 균열로 순산터널부터 비봉IC까지 15㎞ 구간에 극심한 교통 혼잡이 빚어졌다.
한국도로공사는 도로가 폭염에 과열돼 갈라진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 6월 24일에는 천안 아산∼오송 구간의 레일 온도가 55도를 넘어 열차 속도가 시속 230㎞ 이하로 제한됐다.
지난 12일 익산∼정읍과 17일 김천∼칠곡 구간에서도 레일 고온 현상이 일어나 열차 속도가 늦춰졌다.
온도 상승 시 고속열차 운행 속도를 제한하는 코레일의 '고속열차 운전 취급 세칙'에 따른 조치다.
이 세칙에 따르면 레일 온도가 55도 미만이면 정상 운행을 하지만 55∼64도에서는 서행 운전을 해야 하고, 64도마저 넘으면 운행을 아예 중지해야 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레일 온도가 55도를 넘기게 되면 장출(레일이 늘어나서 뒤틀리는 현상)이 발생해 고속열차가 위험해질 수 있다"며 "이에 따라 레일 온도에 따른 운행 제한 조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20일 지역별 낮 최고기온은 합천 38.7도, 양산 38.6도, 대구 38.5도, 광주 37.3도, 안동 37.1도, 상주 36.8도, 포항·거창 36.4도, 대전 35.3도, 울산 35.2도, 서울 34.6도, 부산 33.7도, 제주 31.5도, 인천 31.0도 등이다.
이날 오후 4시까지 자동기상관측장비(AWS)가 측정한 낮 최고기온은 창녕이 39.3도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현재 제주도 일부 지역과 서해 몇몇 섬을 제외한 전국 대부분 지역(모든 내륙 지역)에는 폭염 특보(경보·주의보)가 발효돼 있다.
기상청 여름 기단인 북태평양 고기압 영향으로 다음 주 내내 맑고 무더운 날씨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정훈, 한무선, 손형주, 노승혁, 박영서, 김광호, 임채두 기자)
doo@yna.co.kr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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