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100GB 이상 쓰는 이용자 1% 미만…데이터 과소비 부추겨
가족·지인과 나눠써야 이득…"중저가 요금 혜택 늘려야"
(서울=연합뉴스) 고현실 기자 = #. 회사원 A씨는 월 6만5천원에 기본 10GB를 제공하는 데이터 요금제를 쓰지만, 데이터를 모두 소진하는 달은 손에 꼽을 정도다. 평소 게임을 즐기지 않는 데다 집과 회사에서는 주로 와이파이를 이용하기 때문이다. 요금을 낮추고 싶어도 바로 아래 요금제는 월 5만5천원에 6GB밖에 주지 않아 고민이다. 최근 출시된 요금제들을 찾아봤지만, 데이터를 지금처럼 쓰려면 요금을 더 내야 하는 상품뿐이었다. A씨는 "데이터를 좀 덜 주더라도 지금보다 싼 요금제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동통신 3사가 앞다퉈 새 데이터 요금제를 선보였지만, 고가 대용량 요금제로 혜택이 집중되면서 소비자의 불만을 사고 있다.
특히 이통사들이 주력 상품으로 내세운 100GB 이상 요금제는 대다수 고객의 소비 패턴과는 동떨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기본 100GB 이상 데이터를 제공하는 요금제는 SK텔레콤[017670] T플랜 '라지' '패밀리' '인피니티', KT[030200] 데이터온 '비디오' '프리미엄', LG유플러스[032640]의 무제한 요금제 등 6종이다. 가격은 월 6만9천원에서 10만원에 이른다.
이들 요금제는 바로 아래 단계 요금제보다 2만원가량 비싸지만, 데이터 제공량은 25배 이상 많다. 기존 6만5천원대 데이터 요금제와 비교해도 4천원만 더 내면 20GB 이상을 더 준다. 소비자라면 자연히 좀 더 비싸지만, 데이터 제공량은 압도적으로 많은 요금제에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평균 데이터 사용량을 고려하면 100GB 중 대부분은 다 쓰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스마트폰(4G) 가입자의 월평균 데이터 사용량은 6.9GB였다. 데이터 차단 없는 무제한 요금제 가입자도 월평균 18.9GB로 20GB를 넘지 않는다.
과기부 다량 이용자 통계를 바탕으로 추산해보면 월 100GB 이상 쓰는 가입자는 1% 미만으로 파악된다. 100명 중 99명은 100GB를 다 못 쓴다는 의미다.
이통사들은 가족, 지인과 데이터 공유를 통해 버려지는 데이터를 줄일 수 있다고 하지만, 대상이나 횟수가 제한적이라는 한계가 있다.
T플랜의 경우 패밀리(월 7만9천원에 150GB)부터 데이터 공유가 가능하고, 공유 가능한 요금제도 T플랜 5종을 포함해 7종에 불과하다. 그나마 횟수와 1회 한도에 제한을 없애고, 문자(MMS) 인증만으로 손쉽게 공유가 가능하도록 한 점은 긍정적이다.
LG유플러스 무제한 요금제는 자사 가입자 모두와 데이터 나눠쓰기가 가능하지만, 한 번에 1GB씩만 공유할 수 있고, 가족 외 지인은 월 4회로 제한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데이터 공유를 위해 기존 요금제를 바꾸거나 매번 데이터를 나눠쓰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가족결합(25∼30%) 할인까지 받게 되면 통신사를 함부로 바꾸기도 어렵다.
혼자서는 다 쓰지도 못할 데이터를 위해 더 비싼 요금을 내면서 각종 할인 조건에 발이 묶이는 셈이다.
이통사로서는 기존 고객을 묶어두는 동시에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을 올리는 효과를 노릴 수 있다.
메리츠증권 정지수 연구원은 "신규 요금제 출시는 무선 ARPU 회복에 긍정적"이라며 "저가 요금제로 가입하는 비중이 예상보다 높지 않고, 오히려 고가 요금제 가입 비중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단체들은 실질적인 통신비 절감을 위해 소비자가 많이 쓰는 중저가 요금제를 세분화하고, 혜택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소비자연맹 정지연 사무총장은 "고가 대용량 요금제에 혜택이 몰리다 보니 데이터를 아주 많이 쓰거나 적게 쓰는 소비자가 아니라면 딱히 선택할 만한 상품이 없다"며 "다양한 수요를 반영해 소비자의 선택 폭을 넓힐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okk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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