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티나 체포 강하게 비난…러 대사관은 구금 해명 미 당국에 요구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미국에서 비밀 스파이 노릇을 한 혐의로 20대 러시아 여성이 체포된 사건과 관련 러시아가 '완전한 광대극'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타스 통신에 따르면 아나톨리 안토노프 미국 주재 미국 대사는 20일(현지시간) 최근 워싱턴 DC에서 체포된 러시아 여성 마리야 부티나(29) 사건에 대해 "광대극이며 비극이다. 그녀에 대한 혐의 제기는 완전한 불법이다"라며 "그녀가 석방될 수 있도록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리야 자하로바 외무부 대변인도 지난 18일 정례 브리핑에서 부티나 사건과 관련 "미 연방수사국(FBI)이 본연의 업무인 범죄와의 전쟁을 벌이는 대신 명백한 정치적 주문을 이행하고 있다는 인상이 든다"면서 "그러한 주문은 러시아의 미국 내정 간섭 정보를 주기적으로 흘리면서 러시아 혐오주의 히스테리를 조장하는 세력한테서 나오고 있다"고 비난했다.
주미 러시아 대사관은 전날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워싱턴 DC 구치소에 수감 중인 부티나를 찾아가 약 2시간 동안 면담했다면서 "그녀는 무죄를 확신하면서 법정에서 이를 증명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러시아 대사관은 부티나 구금에 대한 해명을 미 당국에 요구했다고 밝혔다.
미 당국은 지난 15일 워싱턴 DC에 거주 중이던 부티나를 비밀리에 러시아의 스파이 노릇을 한 혐의로 체포했다.
공식적으로는 미 법무부에 등록하지 않고 외국 정부 요원 활동을 수행하면서 현지인과 공모한 혐의가 적용됐다. 러시아 리아노보스티 통신은 이 혐의가 전형적으로 스파이 사건에 적용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FBI는 부티나가 지난 3월 첩보요원으로 의심되는 러시아의 한 외교관과 저녁 식사를 하는 사진을 입수했고, 옛 소련 국가보안위원회(KGB)의 후신인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요원들로 의심되는 인물들의 연락처를 소지하고 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미 검찰은 익명의 러시아 관료와 부티나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이 관료가 부티나를 비밀요원으로 여기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현지 검찰은 또 법원에 제출한 자료를 통해 부티나가 익명의 남성에게 한 특수이익집단에서 일자리를 얻는 대가로 성관계를 제공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미 당국은 부티나가 현지인들과의 개인적 관계 구축을 통해 미 정부의 정책 입안에 영향을 미치려 한 것으로 보고 있다.
미 당국 발표에 따르면 부티나는 지난 2016년 8월 학생 비자로 미국에 입국해 워싱턴 DC에 있는 아메리칸 대학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부티나에게 적용된 혐의가 유죄로 인정될 경우 15년형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고 러시아 언론은 소개했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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