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는 백인 없고 특정 피부색 가진 인물로 묘사"
한국사회 인종차별 보고대회…"교과서 모니터링 강화 필요" 지적
(서울=연합뉴스) 이효석 기자 = 초중고 교과서가 우리 사회 속 이주민을 일상적으로 존중할 대상으로 가르치기는커녕 오히려 차별화 대상으로 인식하게 만든다는 지적이 나왔다.
21일 '유엔 인종차별철폐협약 한국심의대응 시민사회 공동사무국'과 서울지방변호사회가 서울 서초구 변호사회관에서 주최하는 '한국사회 인종차별을 말하다' 보고대회 자료집에 실린 발제문을 통해 아시아인권문화연대 이정은 사무국장은 이같이 지적했다.
이 국장은 "매일 뉴스를 통해 제주 예멘 난민 이슈의 여파를 확인한다"면서 "난민 혐오와 인종주의가 불거진 상황에서, 인종차별을 철폐하고 인권 의식을 함양하는 바탕은 결국 '교육'"이라며 초등교육의 중요성을 짚었다.
이어 그는 "최근 정규 교과과정에서도 '다문화사회, 소수자인권, 문화다양성' 등이 다뤄지는데, 교과서 속에서부터 인종차별이 발견된다"면서 구체적인 사례를 소개했다.
자료에 따르면 초등학교 5학년 1학기 사회 교과서는 두 번째 단원 '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국토'에서 "모든 사람이 평등하고 행복한 삶을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하지만, 이주배경을 가진 사람의 모습은 등장하지 않는다.
교과서 사진을 보면, 한국 문화를 체험하는 외국인의 모습은 백인으로 묘사되는 반면 이주노동자의 모습은 비(非) 백인으로 나온다.
이 국장은 "교과서들이 전반적으로 이주배경을 가진 인물을 삽화에 등장시키는 경우가 적다"고 비판했다.
한 출판사의 중학교 1학년 도덕 교과서를 보면 '다문화 가정 청소년의 사춘기는 어떤 모습일까요? 다문화 가정 청소년이 겪는 어려움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라는 질문이 나오는데, 이는 오히려 다문화가정 청소년을 차별하는 질문이라고 이 국장은 지적했다.
그는 "많은 교과서가 '다문화'라는 용어를 '한 사회 내 다양한 소수문화를 존중한다'는 의미로 쓰기보다는, 일부 이주민 집단을 가리키는 방식으로 쓰고 있다"면서 "이는 학생들이 다른 배경을 가진 친구와의 '차이'에 주목하게 만들 위험이 있다"고 꼬집었다.
이 국장은 고등학교 사회문화 교과서에서는 '우리나라 역시 다문화사회로 접어들면서…(중략)…오랜 세월 단일민족의 정체성을 갖고 살아온 우리 민족에게는 이러한 변화가 낯설기 때문에'라는 표현을 비롯해 자민족중심주의에 기반해 다문화사회의 도래를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내용이 발견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교과서 등 교육자료에 대한 꾸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면서 "다문화 감수성을 키우는 것은 모두에게 필요하므로, 학생뿐 아니라 교사·공무원·언론인·일반 시민 등을 대상으로 교육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전날에 이어 이틀간 열리는 이번 보고대회는 올 12월로 예정된 유엔 인종차별철폐협약 대한민국 제17∼19차 정부보고서 심의를 앞두고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최근 예멘 난민 대거 입국에 따른 난민 혐오 현상을 짚어보기 위해 마련됐다.
공익법센터 어필,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두레방, 민변, 서울경기인천이주노동자노조, 아산이주노동자센터, 아시아인권문화연대, 이주민지원공익센터 감동, 이주와인권연구소,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등 인권시민사회단체들이 참여한다.
hy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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