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유럽연합(EU)에 아일랜드 국경지대에서의 '하드 보더(hard border)'를 피하기 위한 새로운 협정 체결을 촉구했다.
'하드 보더'란 국경을 통과할 때 여권을 확인하거나 통관 절차를 밟도록 해 사람과 물건의 자유로운 이동이 제약받는 것을 말한다.
현재 영국이 EU에 속해 있는 상황에서는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 간 별도 규제나 확인절차 없이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하다.
20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전날 1박 2일 일정으로 북아일랜드를 찾은 메이 총리는 이날 벨파스트 워터프론트 홀에서 정치인과 기업 경영자들을 대상으로 브렉시트에 대해 연설했다.
메이 총리는 이날 연설에서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 간 '하드 보더'가 부활하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우려했다.
영국은 1차 세계대전 뒤 국제적인 압력에 밀려 북아일랜드 지방을 뺀 아일랜드를 분리 독립시켰다.
영국에 남은 북아일랜드는 영국으로부터의 독립을 주장하는 구교세력과 영국 잔류를 요구하는 신교세력의 투쟁이 극심했다.
이에 영국 정부와 아일랜드 정부, 북아일랜드 내 7개 신-구교 정파가 5년간에 걸친 협상을 통해 1998년 4월 벨파스트 협정을 타결하고 평화 체제로 이행했다.
이에 따라 군 검문소 등이 사라지면서 500km에 이르는 '눈에 보이지 않는' 국경이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를 구분 짓고 있다.
영국이 EU를 떠나게 되면 북아일랜드 역시 다른 영국 지역과 마찬가지로 EU 단일시장과 관세동맹에서 떠나게 된다.
이 경우 과거 내전 시절과 같이 엄격하게 국경을 통제하는 '하드 보더(hard border)'가 부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다.
메이 총리는 앞서 EU가 제시한 '안전장치(backstop)'안은 "실행 불가능한 안"이라며, 최근 영국 정부가 발간한 '브렉시트 백서'와 관련해 EU가 서둘러 입장을 나타낼 것을 요구했다.
당초 영국과 EU는 브렉시트 전환(이행) 기간에 합의하면서 북아일랜드-아일랜드 국경 문제와 관련해서는 영국이 별다른 대안을 제시하지 못할 경우 북아일랜드만 EU의 관세동맹 안에 두는 '안전장치'안에 잠정 합의했다.
메이 총리는 최근 상품(농산물 포함) 부문 자유로운 교역을 위한 자유무역지대 설치, '촉진된 관세협정(facilitated customs arrangement)'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메이 총리는 "이제는 EU가 반응해야 할 때"라며 "실행 불가능한 것으로 증명된 이전의 입장으로 물러서지 말고 입장을 변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EU의 '안전장치'안은 북아일랜드와 영국 본토 간에 국경을 세우는 것으로, 영국의 경제적·헌법적 통합성을 저해하는 것인 만큼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메이 총리의 이같은 발언에 대해 아일랜드 정부는 '안전장치' 안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하면서도, 재교섭은 가능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EU는 영국과의 협상 교착상태가 이어지자 최근 기업들에게 이른바 '노 딜(no deal) 브렉시트' 상황에 대비할 것을 주문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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