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밤 '불청객' 오토바이 굉음 잡아라…심야 합동단속 나서

입력 2018-07-21 00:10  

여름밤 '불청객' 오토바이 굉음 잡아라…심야 합동단속 나서
귀 찢어지는 소음내는 이륜차 줄줄이 적발…"비행기 이륙 때 나는 소음 수준"
"개조 사실 몰랐다", "LED 불법인 줄 몰랐다" 운전자들 항변



(서울=연합뉴스) 최평천 기자 = 한 여름밤 숙면을 방해하는 것이 열대야만은 아니다. 밤의 고요를 깨는 오토바이 굉음도 수면장애를 유발하는 '불청객'이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최근 심야 시간 이륜차 굉음에 대한 단속 민원이 빈발하고 있다며 9월 30일까지 서울시 곳곳에서 '이륜차 소음기 등 불법개조 일제 단속'을 벌이기로 했다.
본격적인 단속이 시작된 20일 밤 서울 종로구 북악팔각정에는 경찰과 한국교통안전공단, 구청 직원 등 20여명이 나와 불법개조 오토바이 잡기에 나섰다.
이날 팔각정에 도착한 오토바이들은 모두 단속대원들의 검사를 받아야 했다.
오후 9시 20분께 굉음을 울리던 오토바이가 1대가 단속 장소인 팔각정에 멈춰섰다. 교통안전공단에서 나온 단속대원은 단방에 소음기가 순정제품이 아닌 것을 알아챘다. 오토바이를 멈춰 세운 이 단속대원은 운전자에게 RPM(분당 회전수)을 올리도록 한 뒤 소음기에서 50㎝ 떨어진 지점에 소음측정기를 갖다 댔다. '우왕왕왕' 귀를 찢을듯한 굉음이 울리자 소음측정기에 119.5㏈(데시벨)이 찍혔다.
이성호 교통안전공단 차장은 "이 정도면 비행기가 이륙할 때 나는 소리와 비슷하다"며 "오토바이 제조사와 다른 제조사의 소음기가 달려있어 개조한 것을 바로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행 이륜차 소음배출허용 기준은 1999년 12월 31일 이전 연식 오토바이의 경우 110㏈ 이하, 이후면 105㏈ 이하다. 오토바이 소음기를 개조하기 위해서는 교통안전공단에서 구조변경승인을 신청해 소음을 측정해야 한다.
오토바이 운전자 정모(31)씨는 "오래전 중고로 사서 직접 개조한 것은 없다"며 "오토바이가 작다 보니 차들이 무시하는 경향이 있어 소리가 크게 나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정씨는 추후 경찰서에 출석해 자동차 관리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또다시 굉음을 울리는 오토바이가 나타났다.
이 오토바이 역시 소음측정결과 112.2㏈이 나와 운전자 강모(36)씨 또한 경찰 조사를 받게 됐다. 강씨 역시 중고로 오토바이를 샀기 때문에 소음기가 불법개조 됐는지 몰랐다고 항변했다.
간혹 구조변경승인을 받은 소음기를 장착한 오토바이도 있었지만, 대다수가 불법개조 소음기를 장착한 오토바이들이었다.
소음기 불법개조뿐 아니라 LED 전조등을 맘대로 바꿔 단 오토바이들도 속속 단속됐다. 단속대원이 유난히 밝은 전조등을 뽐내며 팔각정으로 올라오던 오토바이를 세워 확인한 결과 불법 LED 전조등이 달려있었다. 불빛의 밝기는 전조등을 확인하던 단속대원이 눈을 뜨지 못할 정도였다.
이 차장은 "불법 LED는 마주 오는 차량의 시야를 방해해 큰 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며 "전조등은 개조 대상도 아니고 불법으로 바꾸면 형사처벌된다"고 설명했다. 운전자 김모(36)씨는 "HID(고전압 방출 램프)만 불법인 줄 알았다. LED가 왜 불법이냐"며 따졌다. 하지만 HID, LED 전조등을 임의로 개조하는 것은 엄연한 불법이다.
오토바이 옆면에 LED 전등을 달았다가 과태료 3만원 처분을 받은 정모(41)씨는 "전조등도 아니고 오토바이를 식별할 수 있도록 옆면에 단 것인데 불법이라고 한 것은 잘못된 것"이라며 "사고예방을 위해서 장착한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오토바이 굉음으로 주민들이 수면장애를 겪을 정도로 불편을 겪고 있다"며 "유관기관과 합동으로 소음기·전조등 불법개조를 철저히 단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pc@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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