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악명 높은 독재자였던 수하르토 전 인도네시아 대통령의 아들이 개발독재 시절의 향수를 등에 업고 내년 총선출마 의사를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21일 현지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올해 초 인도네시아 노동당(브르카랴·Berkarya) 총재로 추대돼 정계에 복귀한 수하르토의 막내아들 후토모 만달라 푸트라(56·일명 토미)는 내년 4월 총선에서 하원 진출에 도전할 계획이다.
그는 수하르토 전 대통령 재임기 인도네시아에 편입된 동(東) 파푸아 주에서 출마할 것으로 전해졌다.
노동당 관계자는 "파푸아 현지인들도 그의 출마를 바라고 있다"면서 "수하르토 전 대통령은 파푸아를 독립시켰고, 토미 총재는 파푸아를 사랑하며 파푸아인들의 권익을 대변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파푸아 현지에선 토미 총재의 출마를 곱지 않게 보는 시각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푸아는 1969년 유엔 후원으로 시행된 국민투표로 인도네시아에 편입됐지만, 풍부한 지하자원에도 가장 낙후된 지역으로 꼽히며 산발적 분리독립 운동이 수십 년째 계속되기 때문이다.
2008년 사망한 수하르토 전 대통령의 인권탄압 및 부패 의혹과 토미 총재의 범죄 전력도 문제다.
'신질서' 체제란 이름으로 32년간 인도네시아를 철권통치한 수하르토 전 대통령은 재임기간 연평균 7%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해 '개발의 아버지'란 별칭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그는 이 기간 150억∼350억 달러(약 17조∼39조원) 상당의 국고를 빼돌리고 공산주의자 척결 등을 내세워 수십만 명의 민간인을 학살하는 등 각종 인권유린 행위를 저질렀다.
1998년 민주화 운동으로 수하르토 전 대통령이 하야한 뒤 토미는 아버지 위세를 빌어 각종 이권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돼 2000년 징역 18개월이 선고됐다.
그는 자신에게 실형을 내린 대법원 판사를 청부 살해하고 2002년 재차 15년형을 받았지만, 수차례 감형과 특별사면을 받아 2006년 조기 출소했다.
인도네시아 현지에는 아직도 수하르토 집권기를 그리워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신생정당인 노동당은 고령층 유권자를 집중공략해 원내 진출에 성공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hwangc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