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무질서·일탈로 퇴색한 민락수변공원…새벽엔 쓰레기 전쟁

입력 2018-07-22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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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무질서·일탈로 퇴색한 민락수변공원…새벽엔 쓰레기 전쟁

(부산=연합뉴스) 김재홍 기자 = "우리 동네에 이런 명소가 있는 건 좋은데, 너무 실망스럽습니다."
폭염특보가 이어지던 지난 21일 밤 10시께 부산 수영구 민락수변공원으로 산책을 나섰던 동네 주민 최모(53) 씨는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광안대교를 마주한 민락수변공원은 부산의 여름 피서 명당 중 한 곳이지만,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광경이 매일 밤 펼쳐진다.
밤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이어지는 음주, 흡연, 불법 주정차, 쓰레기 투기 등으로 무질서와 일탈의 현장이기 때문이다.
야간 순찰을 하던 관할 수영구청 관계자는 "흡연 단속은 사실상 포기했다"며 "최근에는 10대들의 음주와 흡연도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구청 관계자의 말대로 공원 내 곳곳에서 10대들이 삼삼오오 술을 마시고 있었다.


누가 봐도 10대 고등학생으로 보이던 남학생 4명은 돗자리에서 술을 마시다 비틀거리는 몸을 가누며 파도가 치는 공원 가장자리로 향해 줄담배를 피웠다.
낙상 사고 등을 우려해 쳐놓은 출입금지선을 넘자 이끼 탓에 콘크리트 블록 바닥이 미끄러워 몸이 휘청했지만, 낄낄 웃으며 라이터를 켰다.
순찰은 나온 경찰이 출입금지선 안으로 들어오라고 안내해도 그때뿐이었다.
성인들도 10대 못지않았다. 이미 만취해 속옷을 드러낸 채 누워 자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이끼 낀 콘크리트 블록 위에서 스케이트 타는 장면을 흉내내는 모습도 목격됐다.


공원 주변의 도로는 갓길과 인도를 점령한 불법 주정차 차량 탓에 몸살을 앓고 있었다. 주차 단속 차량과 견인차가 수시로 오갔지만, 역부족이었다.
설상가상으로 노점까지 도로와 인도를 차지해 공원 일대 도로는 주차장을 연상시켰다.
밤이 깊을수록 공원 입구의 쓰레기 처리장에는 사람들이 먹고 마신 음식과 술병 등 온갖 쓰레기가 금세 가득 찼다.
분리수거 작업을 하던 수영구 자연보호협의회 관계자는 "오후 8시에 출근해 다음 날 오전 2시까지 일한다"며 "주말에는 일을 마치고 나면 정신이 쏙 빠질 정도로 힘들다"고 말했다.


그나마 피서객들이 분리수거라도 해주면 다행이다. 상당수는 본인들이 먹고 마신 현장을 그대로 둔 채 자리를 떠난다.
명칭은 공원이지만 법적으로 호안시설로 분류돼 음식물을 먹는 것을 막을 수가 없다.
쓰레기 무단 투기로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지만, 사법권이 없는 공무원이 상대의 신분증을 확인하고 행정처분을 내리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데다 잠시 자리를 비우는 것이라고 변명하면 사실관계를 확인할 길이 없다.
수영구는 매일 오전 4시부터 9명을 투입해 쓰레기 수거 작업을 벌이는데 오전 8시 전후는 돼야 작업이 끝난다.
7월과 8월 두 달간 평일 평균 쓰레기 배출량은 1t, 주말에는 최대 5t에 이를 때도 있다.
민락수변공원 외에 인근 해운대해수욕장도 매일 새벽이면 구청 관계자들이 밤새 모인 쓰레기를 치우느라 구슬땀을 흘린다.
현장에서 만난 한 관계자는 "쾌적한 환경에서 피서를 즐겼다면 쓰레기 처리 등 지킬 것은 지켜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pitbull@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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