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이 사랑한 영화 '더 스퀘어'와 '주피터스 문'

입력 2018-07-22 13:26  

칸이 사랑한 영화 '더 스퀘어'와 '주피터스 문'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지난해 칸영화제에 초청돼 많은 사랑을 받은 영화 2편이 8월 2일 나란히 개봉한다.
둘 다 독특한 상상력과 비판 의식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할리우드와 한국영화 블록버스터 틈새에서 관객의 마음을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 인간 내면 풍자한 블랙코미디…'더 스퀘어'
'더 스퀘어'는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은 스웨덴 루벤 외스틀룬드 감독 작품이다. 새로운 전시를 앞둔 스톡홀름 현대미술관 수석 큐레이터 크리스티안의 변화무쌍한 일상을 통해 인간의 본성과 이중성, 사회 이면을 풍자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풍성한 이야기와 곳곳에 담긴 유머 덕분에 151분에 달하는 긴 러닝타임이 지루할 새 없이 지나간다.
주인공 크리스티안은 외모, 능력, 성격 등 어느 것 하나 빠질 것 없는 완벽한 남자다. 새 전시 준비로 바쁜 나날을 보내던 중 출근길에 소매치기를 당하면서 엇박자가 나기 시작한다.



휴대폰과 지갑을 털린 그는 위치 추적으로 휴대폰이 있는 곳을 대략 파악한다. 신호가 멈춘 곳은 빈민가 한 아파트. 크리스티안은 협박성 편지를 써서 아파트 전체 우편함에 넣어보자는 부하 직원의 제안에 따라 반신반의하며 편지 50장을 인쇄해 아파트 우편함에 꽂아넣는다. 아니나 다를까. 며칠 뒤 도난당한 휴대전화와 지갑이 고스란히 되돌아오고, 크리스티안은 뛸 듯이 기뻐한다. 그러나 행운은 거기까지. 아파트 전체 주민을 잠재적 범죄자 취급한 그의 편협한 사고와 행동은 뜻하지 않은 후폭풍이 돼 돌아온다. 위기를 임기응변으로 모면할수록 스텝은 꼬이고, 일상은 엉망으로 변해버린다.



완벽해 보였던 크리스티안은 궁지에 몰리자 이중적이면서 나약하고, 소심한 본성을 그대로 드러낸다. 그런 모습은 밉기보다 오히려 동정심을 불러일으킨다. 내 안의 또 다른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내심 찔리기도 한다.
세계 최고 복지국가인 스웨덴의 양면성을 보는 것도 흥미롭다. 우선 직장 내 풍경은 낯설기까지 하다. 남자 직원이 사무실에 아기를 데려와 아기를 안고 달래며 토론한다. 사무실에는 개도 돌아다닌다.



사무실 밖 풍경은 좀 다르다. 공공장소에는 어디든 노숙자와 걸인들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사람들은 본심과 위선 사이에서 줄타기한다. 유명 작가와 대화 행사에서 정신장애가 있는 한 남자가 소란을 피우지만, 웅성거리기만 할 뿐 말리는 이는 없다. 파티에서 한 여자가 곤경에 처해도 다들 테이블 밑으로 고개만 떨군다. 미술관에 모여 우아하게 큐레이터의 연설에 귀를 기울이다가도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뷔페를 먹으러 우르르 달려나간다. 감독은 이 모든 이야기를 솜씨 좋게 하나로 엮는다.



'더 스퀘어'는 극 중 전시 이름으로, 감독이 2015년 직접 제작한 예술 프로젝트에서 따왔다. 감독은 바닥에 정사각형 공간을 만든 뒤 '신뢰와 배려의 성역'이라는 글귀를 새겨 놓고, 그곳을 지나는 사람들의 행동을 관찰했다.
영화는 미술관 속 설치미술 작품처럼 세련되고 군더더기 없다. 덴마크 국민 배우 클라에스 방과 할리우드 유명 배우 엘리자베스 모스의 연기가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 하늘을 나는 시리아 난민…'주피터스 문'
중력을 거슬러 공중을 나는 시리아 난민이 주인공이다.
슈퍼히어로 같은 존재를 내세우지만, 할리우드 영화와는 전혀 결이 다르다.
공중을 빙글빙글 도는 주인공처럼 SF 판타지라는 장르 안에서 난민 문제와 테러, 종교, 구원, 기적과 같은 심오한 주제 속을 자유자재로 유영한다.



영화는 밀입국하려는 시리아 난민들이 헝가리 경찰에 쫓기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시리아 청년 아리안은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쓰러지지만, 이내 몸이 하늘로 떠오르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된다.
헝가리 난민수용소로 이송된 아리안은 그곳에서 의사 스턴을 만난다. 뒷돈을 받고 난민을 빼주던 스턴은 아리안의 공중부양 능력을 목격한 뒤 돈벌이에 이용하려고 탈출시킨다. 경찰에 쫓기는 아리안 역시 탈출 과정에서 헤어진 아버지를 찾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스턴 곁에 머문다.



스턴은 VIP 환자 집을 찾아다니며 아리안의 능력을 보여준다. 환자들은 공중에 뜬 아리안을 보고 메시아를 만난 듯 착각하며 거액을 선뜻 내놓는다.
영화는 아리안이 왜, 어떻게 공중에 뜰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됐는지 설명하지 않는다. 그래서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 땅에 발붙일 곳 하나 없어 결국 하늘을 떠돌 수밖에 없는 난민의 현실을 반영하는 듯하다. 앞만 보고 살던 사람들은 그가 공중에 떠오를 때 비로소 고개를 들고 그를 바라본다.
아리안을 혼자 소유하고 싶었던 스턴은 그가 떠난 뒤에야 비로소 자신의 탐욕을 깨닫고 말한다. "우린 위를 올려다보길 잊고 살았어. 수평적으로만 살았지. 우리 관계 속에서 말이야. 예전엔 사람들이 대의를 위해서 희생하던 시절도 있었어. 그 세대가 지나니 다들 잊고 살지."


아리안은 깨달음을 준다는 측면에서 구원의 존재로도 그려진다. 무릎을 꿇고 신발 끈을 묶어주던 스턴의 머리 위에 아리안이 살며시 손을 얹는 장면은 메시아를 은유적으로 표현한 듯하다. 공중에 뜬 아리안의 눈으로 바라본 인간은 작은 점에 불과하다. 최근 예멘 난민 문제가 우리 사회의 쟁점으로 떠오른 가운데, 조금은 다른 시각에서 난민 문제를 바라보게 한다. 헝가리 거장 코르넬 문드럭초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지난해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됐다.
fusionjc@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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