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에 고소장 제출…30년 만에 검찰 소환 여부 주목
(서울=연합뉴스) 이효석 기자 = 1987년 대한항공(KAL) 858기 폭파사건의 희생자 유족들이 폭파 주범 김현희를 명예훼손 등 혐의로 고소하기로 했다.
김현희가 30년 만에 다시 검찰청과 법정에 서게 될지, 나아가 유족들이 요구해온 사건 진상규명에 다시금 국민 여론이 모일지 주목된다.
23일 KAL858기 희생자 가족회와 진상규명 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들은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검을 방문해 김현희에 대해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과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장을 제출할 예정이다.
가족회는 고소장에서 "김현희가 북한 공작원이라거나 KAL858기가 폭파됐다는 사실을 입증할 객관적인 증거가 전혀 없다"면서 "사건 발생 경위에 관한 당시 정부의 발표 내용은 전적으로 김현희가 자백한 말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객관적 사실과 맞지 않는 김현희의 자백에 의문을 가진 시민활동가·변호사·종교인 등이 2001년 대책본부를 구성해, 희생자 가족회와 함께 진상규명을 요구해왔다"면서 "김현희는 면담 요구는 모두 거절하면서 종편이나 인터넷 방송에 수차례 출연해 진상규명 활동을 '종북'으로 매도했다"고 고소 이유를 밝혔다.
고소장에 따르면 김현희는 올해 1월 유튜브 등에 게시된 '조갑제닷컴' 조갑제 대표와 한 인터뷰에서 KAL858기 진상규명 대책본부를 "친북성향 단체, 민족반역자들"이라고 지칭하고, 자신을 향한 진상규명 활동은 "북한을 옹호하는, 북한에 면죄부를 주려는 행위"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미국의 소리(VOA)' 인터뷰에서도 진상규명 활동을 '테러 진실이 싫고 북한을 이념적으로 옹호'하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2014년에는 한 종합편성 채널에 출연해 "(KAL858기) 사건을 뒤집으려는 가짜 공작을 노무현 정부가 주도적으로 했다. 국가기관이 방송사, 대책위를 총동원해서 연합해서 했다. 청와대, 국정원, 경찰이 다 함께했다"면서 "대한민국에 해를 끼치는 이런 이적행위", "종북좌파, 종북세력"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아울러 김현희는 2008년 이동복 북한민주화포럼 상임대표에게 보낸 공개서신에서는 "KAL기 사건 가족회는 몇 명의 유족과 국정원 과거사위 조사관 등이 조작 의혹 제기를 위해 구성한 조직으로 순수 유족회와는 다르다"며 유족들을 헐뜯었다.
가족회와 대책본부는 이 같은 김현희의 과거 발언들을 범죄사실로 적시하면서 "김현희는 거짓 발언으로 공공연히 고소인들 명예를 훼손했다"며 "허위사실로 희생자 가족들 간의 유대 강화 및 진상규명 활동의 업무를 방해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날 오전 11시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한 다음 검찰에 고소장을 낼 예정이다.
고소인 중 한 명인 진상규명 대책본부 총괄팀장 신성국 신부는 연합뉴스와 한 통화에서 "이번 고소는 김현희를 제대로 된 검찰과 법정에 다시 세우기 위한 것"이라면서 "김현희는 더는 숨지 말고 국민 앞에 스스로 나와서 사건 진상규명을 공론의 장에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KAL858기는 1987년 11월 29일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출발해 서울로 향하던 중 인도양 상공에서 사라졌다. 탑승객과 승무원 115명이 전원 실종됐으며, 당시 정부는 유해나 유품을 한 점도 발견하지 못했다.
국가안전기획부는 사건을 북한에 의한 공중폭파 테러사건으로 규정했고, 제13대 대통령 선거 전날이던 12월 15일 김현희를 폭파범으로 지목하며 입국시켰다. 김현희는 1990년 사형 선고를 받았다가 같은 해 사면됐다.
KAL858기 폭파사건은 사건 당시 안기부 수사 결과와 참여정부 시절 재조사 결과 모두 북한에 의한 공중폭파 테러사건으로 결론 났지만, 실종자 가족들은 김현희의 주장 외에 별다른 물증이 없는 점을 지적하며 31년째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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