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헬멧' 시리아 남부서 극적 탈출…"이스라엘軍이 구출작전"(종합)

입력 2018-07-23 17:33  

'하얀헬멧' 시리아 남부서 극적 탈출…"이스라엘軍이 구출작전"(종합)
요르단 정부 "하얀헬멧·가족 422명 입국…영·독·캐, 수용 합의"
네타냐후 총리 "미·캐 정상 등 요청받고 인도주의 조처로 구출"
"다른 일행, 현장 상황으로 국경 도달 못 해…추가 작전 불투명"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시리아 남서부에서 궁지에 몰린 반군 측 민간 구조대 '하얀헬멧' 대원과 가족이 이스라엘군의 개입으로 국외 탈출에 성공했다.
요르단 외교부는 22일(암만 현지시간) 시리아인 422명의 입국을 허용했다고 발표했다.
이날 요르단에 도착한 시리아인들은 반군 지역에서 인도주의 구조활동을 펼친 민간단체 '시리아 민방위', 속칭 하얀헬멧 대원과 가족이다.
일행 중에는 다친 시리아 고아들도 있다고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가 보도했다.
요르단 외교부에 따르면 당초 영국, 독일, 캐나다가 하얀헬멧 대원과 가족 827명을 수용하기로 합의했으나 최종적으로 422명으로 인원을 조정했다.
요르단은 하얀헬멧 일행이 해당 국가로 떠나기까지 최장 3개월간 체류를 허락했다.
독일 내무부 등에 따르면 하얀헬멧 대원 50명 등 250명은 캐나다로, 대원 8명과 그 가족은 독일로 향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최근 시리아군이 남서부 다라주(州)와 꾸네이트라주(州) 대부분을 장악하자 이곳에서 활동한 하얀헬멧 대원들은 생명의 위협 속에 외부에 구조를 호소했다.
터키와 서방의 지원을 받는 하얀헬멧은 구조활동을 벌이며 시리아·러시아군의 무차별 살상을 외부에 고발했고, 현장 사진과 영상으로 아사드 정권의 화학공격 의혹을 제기해 서방의 시리아 폭격 빌미를 제공하기도 했다.
위기에 처한 하얀헬멧 대원을 돕고자 행동에 나선 주체는 이스라엘이다.
시리아군이 최근 탈환한 꾸네이트라는 이스라엘군의 점령지 골란고원에 접한 지역이다.
이스라엘군은 꾸네이트라에서 골란고원을 통해 요르단으로 이들을 이동시킨 것으로 추정된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성명을 내고 "며칠 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또 다른 지도자들이 하얀헬멧을 시리아에서 구출하는 데 도움을 청했다"고 공개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인명을 구한 하얀헬멧 대원 본인들이 이제 치명적 위험에 처했기에, 중요한 인도주의 조처로서, 그들을 이스라엘을 경유해 다른 나라로 데리고 나오는 작전을 승인했다"고 설명했다.
시리아내전에서 줄곧 중립을 유지한 네타냐후 총리는 이번 구출작전이 "예외적" 경우라는 점을 분명하게 언급했다.



하얀헬멧 대장 라에드 알살레는 "위험 지역에 고립된 대원들이 요르단에 도착했다"고 취재진에 확인했다.
영국 외교부도 하얀헬멧 대원들의 구출작전이 성사되도록 협력했다고 밝혔다.
영국 외교부는 "하얀헬멧은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았기에 줄곧 공격 목표물이 됐다"면서 "우리는 이러한 특수 상황에서 긴급하게 이들을 보호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국경 지역에는 탈출을 기다리는 하얀헬멧 일행이 더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익명을 요구한 캐나다정부 소식통은 다른 하얀헬멧 일행도 시리아를 떠나기로 돼 있었지만 '현장 상황' 탓에 국경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언론에 설명했다.
추가 구출작전 시행 여부는 불투명하다고 이 소식통은 덧붙였다.

[로이터 제공]
상당수 대원은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 정권의 박해 우려에도 시리아에 남았다.익명을 요구한 한 하얀헬멧 대원은 AFP통신에 "시리아는 우리 조국이고, 우리는 여기서 안전하게 살 권리가 있다"면서 "우리는 인도주의 단체이지 아사드 정권이 주장하는 군사조직이나 테러범이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얀헬멧은 시리아내전이 한창이던 2013년 시민 자원자들이 모여 결성한 구조대다.
5년간 포화 속을 누비며 11만5천명을 구조했으며, 내전의 증인으로서 조사·기록 임무도 자임했다.
이들은 영웅적이고 희생적으로 인도주의를 실천한 공로로 2016년에는 노벨평화상의 유력한 후보에 올랐고, 활약상이 넷플릭스의 다큐로도 제작됐다.



이들에게는 박수뿐만 아니라 '극단주의와 연계'라는 의심어린 시선도 따라붙는다.
그러나 하얀헬멧이 극단주의와 연계됐다는 주요한 '근거' 자료들은 소수의 가짜 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해 조직적으로 인터넷에 유포된 정황이 데이터 저널리즘 매체 '벨링캣'이나 가짜뉴스 추적 소프트웨어 '혹시'(Hoaxy)의 분석으로 나타났다.
살레 대장은 지난달 연합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러시아와 아사드 정권의 흑색선전을 폭격만큼이나 힘든 사안으로 꼽았다.
살레 대장은 "우리가 극단주의 조직원이라며 인터넷과 소셜미디어에 유포되는 '증거' 이미지와 영상을 추적하면 출처가 거의 비슷하다"면서 러시아와 아사드 정권을 그 배후로 지목했다.
tr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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