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매체 "중국 당국, '먹물 여성' 정신병원 강제입원 시켰다"
(서울=연합뉴스) 진병태 기자 = 중국이 이달 말 개최할 예정인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 이전에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에 대한 '개인숭배' 흐름을 지우려 애쓰는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움직임은 중국 지도부 비밀회의인 베이다이허 회의에서 시 주석의 강화된 '1인 체제'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보인다.
23일 프랑스 국제라디오방송(RFI) 보도에 따르면 중국 베이징의 순이(順義)구는 지난주 공문을 내려보내 관내에 시 주석 관련 선전구호와 포스터를 20일까지 완전히 철거하라고 지시하고 이번 주 내 이를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공문은 철거대상 10여종의 시 주석 선전문구와 포스터 사례를 열거했다.
이 중에는 지난해 10월 제19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부각된 '초심을 잊지 말고 사명을 기억하자'(不忘初心牢記使命·불망초심 뢰기사명), '시진핑 신시대중국특색사회주의를 행동지침으로', '시진핑 동지를 핵심으로 당중앙 주위에 긴밀히 단결하자', '당의 19대 정신을 심화학습 관철해야',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중국몽 실현을 위해 끊임없이 분투하자' 등의 핵심 선전문구들이 포함됐다.
미중 무역전쟁 격화하기 시작한 이후 관영매체들에서 '중국 제조 2025'에 대한 보도가 중단되고 '대단하다 우리 중국'이라는 한때 도처에 내걸었던 구호가 갑자기 사라진 것도 이와 맥을 같이한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이달 초 세 차례 평론을 실어 '자화자찬'격 문풍을 엄격히 비판했고 언론인과 관변 학자들이 중국을 과대포장하는 풍조를 비판하는 발언들이 인터넷에 잇따라 발표되는 것도 모두 시 주석에 대한 '개인 숭배' 흐름을 냉각시키려는 중국 공산당의 의도 때문으로 보인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최근 '화궈펑(華國鋒)의 잘못 시인'이라는 제목의 옛 기사를 갑자기 인터넷에 올린 것도 이런 의도와 연관이 있어 보인다.
신화통신은 1980년 화궈펑 당시 주석이 시찰중 앉았던 의자를 박물관에 보관하고 자신의 고향에 기념관을 건립한다는 소식으로 "새로운 개인숭배"라는 비판을 받자 당중앙이 "앞으로 20∼30년 안에는 일률적으로 재임 중인 지도자의 초상을 걸지 말라"고 지시했다는 내용을 올렸다가 인터넷상에 논란이 확대되자 삭제했다.
RFI는 최근 수년간 중국 전역의 도시와 농촌에서 시 주석을 추켜세우는 정치선전 광고판이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나고 시 주석의 초상화가 곳곳에 내걸렸지만 지난달 하순 이래 중국 민중 시야에서 이런 선전물들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고 전했다.
베이징 순이구 선전부의 한 관계자는 시 주석 구호와 포스터 철거는 순이구 단독으로 한 행위가 아니라 베이징시의 통일된 조치라고 말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이 매체는 당중앙이 시 주석에 대한 '개인숭배'가 베이다이허 회의의 주 의제가 되는 것을 막으려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베이다이허 회의는 중국의 전·현직 수뇌부들이 7월 말∼8월 초 휴가를 겸해 베이징에서 동쪽으로 280㎞ 떨어진 허베이(河北) 성 친황다오(秦皇島)의 베이다이허라는 휴양지에 모여 국정을 논의하는 비공식 회의로 이번 회의에서는 미중간 무역전쟁이 핵심의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중국 당국이 시 주석의 초상화에 먹물을 뿌린 중국 여성 둥야오충(董瑤瓊.29)을 후난(湖南)성 주저우(株洲)시의 한 정신병원에 강제입원시켰다고 보도했다.
방송은 또 그녀의 부친인 둥젠뱌오(董建彪)가 연금상태에 있으며 베이징에서 인권운동을 하는 화가 화융(華涌)도 법에 따라 둥야오충 사건을 처리하라고 촉구한 이후 실종상태라고 밝혔다.
둥젠뱌오는 가족 가운데 정신병력자가 없다면서 둥야오충이 정신병을 앓고 있다는 것을 부인했다.
이 방송은 정신병원에 가두는 것은 중국 당국이 반체제 인사를 다루는 상용 수법이라고 지적했다.
둥야오충은 지난 4일 오전 상하이 푸둥(浦東) 루자주이(陸家嘴)에 위치한 고층건물인 하이항다샤(海航大廈) 앞에서 시 주석 얼굴이 그려진 '중국몽' 선전표지판에 먹물을 끼얹고 이 장면을 트위터로 중계했다.
이 사건은 시진핑 1인 체제가 강화되면서 '개인숭배' 지적이 나오고 있던 중국에 큰 파문을 일으켰다.
jb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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