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사학회·동북아재단 '고려왕조 천하관' 학술회의
국사편찬위원회도 고려사 학술회의 개최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고려 건국 1천100주년을 맞아 학계에서 고려사를 재조명하는 움직임이 활발한 가운데 고려사 연구 지평을 확장하는 학술 행사가 잇따라 열린다.
한국중세사학회와 동북아역사재단은 25일 고려대에서 '동아시아 속의 고려왕조, 국가 인식의 토대 천하관'을 주제로 공동학술회의를 개최한다.
이번 행사에서는 고려사 연구자 8명이 고구려를 계승한 고려 경계 인식, 해동천하(海東天下) 세계관, 중국 문화를 지칭하는 화풍(華風)과 토착 문화를 뜻하는 토풍(土風)의 갈등을 주제로 발표한다.
23일 배포된 발제문에 따르면 추명엽 전 세종과학고 교사는 '고려의 다원적 종족 구성과 아국(我國)·아동방(我東方) 의식' 발표에서 "고려인의 우리나라에 대한 인식이 초기에는 공간에 기반을 두었으나 후대로 갈수록 시간 중심으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조선 초기에 여진을 종족 단위로 파악한 것과 달리 고려는 '동여진'과 '서여진'처럼 공간 단위로 파악했다면서 "고려 초기에는 해동천하로서의 집단 귀속의식에 다른 종족도 포함했고, 지리 공간을 중심축으로 우리나라를 사고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제후국인 동번(東蕃·동여진)과 서번(西蕃·서여진) 상실, 몽골과 오랜 전쟁, 원 간섭과 입성 책동으로 인해 고려인의 우리나라에 대한 인식은 변화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삼국 유민 의식이 해소되고 삼한일통(三韓一統) 의식이 발전하면서 우리나라의 우리는 과거 우리 왕조를 포괄하는 의미로 활용됐다"며 "고려 말에 고려인은 선조 혈통과 관련성을 중심으로 우리를 논하면서 귀속의식 중심축이 시간으로 조정됐다"고 강조했다.
허인욱 한남대 교수는 '군주 호칭으로 본 고려 전기 대외인식' 발표에서 "고려 군주는 중원 황제, 유목세계 가한(可汗·카간)과 더불어 요동 동쪽 세계에 군림하는 대왕으로 불렸고, 별도 천하관을 가졌다"며 당시 국제질서가 중국 황제 혹은 중원을 중심으로 구축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허 교수는 "고려는 거란이나 금의 군주를 외부적으로는 황제로 호칭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격하된 국주(國主) 호칭을 쓰는 이중적 태도를 보였다"면서 "전근대 동북아시아 대외관계를 이해하는 주요 틀인 조공과 책봉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평가했다.
중세사학회는 이날 학술회의에 이어 학회가 펴내는 책 '21세기에 다시 보는 고려시대의 역사' 출판 기념회도 연다.
국사편찬위원회도 27일 세종문화회관에서 '경계를 넘어 새로운 길로'를 주제로 고려사 연구 현황을 점검하고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학술회의를 진행한다.
김보광 가천대 교수는 학위논문으로 고려사 연구 동향을 분석해 연구 양과 범위가 확대됐다고 설명하고, 문경호 공주대 교수는 고고학 분야에서 고려시대 주요 쟁점을 정리한다.
송용덕 국편 편사연구사는 국편이 하는 고려시대사 사료 정보화 사업을 소개하고, 박광연 동국대 연구교수는 불교 자료를 통한 고려시대사 연구 전망에 대해 발표한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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