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변창훈 등 정·관·재계 인사들 심적 부담에 극단 선택
(서울=연합뉴스) 방현덕 강애란 기자 = 드루킹 김동원씨의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의혹으로 특검 수사 대상에 오른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가 23일 숨진 채 발견되면서 역대 대형 사건 수사에서 비극적 결과를 낳은 사례가 하나 더 늘었다.
수사를 받는 피의자로서는 심적 부담을 느끼는 것이 일반적인 일이다.
하지만 정치인이나 고위 공무원, 재계 유명 인사의 경우 사회적 이목이 쏠린 사건을 두고 수사대상에 오르면 겪게 되는 심적 고충이 더욱 크다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수사대상이 됐다는 점만으로도 사회적 위신과 명예에 타격을 줄 뿐 아니라 자신을 지지해준 사람들, 자신이 속한 조직을 중시하는 입장에서는 정신적 고통이 더욱 커져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노 의원은 유서를 통해 "책임을 져야 한다. 무엇보다 어렵게 여기까지 온 당의 앞길에 큰 누를 끼쳤다"며 그동안 불거진 의혹에 대한 심적 부담을 내비쳤다. 노 의원은 아직 소환 통보도 받지 않은 상태였다.
피의자로 입건돼 직접 수사를 받다가 극단적 선택에 이른 경우도 있다.
지난해 11월 국가정보원의 '댓글 수사'를 은폐하려 했다는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던 변창훈 서울고검 검사(48·사법연수원 23기)는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앞두고 상담을 하러 방문한 법무법인 사무실에서 투신해 숨졌다.
2016년 8월에는 롯데그룹 2인자이자 신동빈 회장의 최측근인 이인원(사망 당시 69) 그룹 정책본부장(부회장)이 검찰 출석을 앞두고 숨진 채 발견돼 충격을 줬다.
2015년 4월 검찰의 해외 자원개발 비리 수사를 받던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이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 당일 오전 자택을 나선 뒤 북한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사망 직전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극도의 억울함을 호소하며 자신이 현 정부 실세 등에게 금품을 제공했다는 내용을 폭로했고, 결국 정국을 '성완종 리스트' 폭풍으로 몰아넣었다.
이 밖에 2014년 12월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 때는 문건 유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던 서울경찰청 정보1분실 최모 경위가 고향 집 부근에서 승용차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 역시 억울하다는 취지의 유서를 남겼다.
같은 해 7월엔 '철피아'(철도+마피아) 비리로 수사를 받던 김광재 전 한국철도시설공단 이사장이 검찰 수사를 앞두고 한강에 투신했다. 그는 납품업체 뒷돈을 받은 혐의로 검찰 소환을 앞두고 가족에게 심적 괴로움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1년엔 '함바'(건설현장 식당) 비리와 부산저축은행 예금인출 비리 의혹으로 검찰 조사를 받아온 임상규 전 농림부 장관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009년엔 5월엔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막다른 선택을 했다.
정·관계와 재계 등을 대상으로 도·감청이 이뤄졌다는 이른바 'X파일'을 둘러싼 안기부·국정원 도청 의혹 사건과 관련해 2005년 검찰에서 세 차례 조사를 받은 이수일 전 국정원 2차장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2004년 3월엔 노 전 대통령의 형 건평씨에게 인사청탁 대가로 3천만원을 건넨 혐의를 받던 남상국 전 대우건설 사장이 투신했다.
같은 해 2월엔 운수업체로부터 1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안상영 전 부산시장이 구치소에서 숨졌고, 4월엔 납품비리에 연루된 박태영 전남지사가, 6월엔 전문대 설립 과정에서 뇌물을 받은 혐의로 받던 이준원 파주시장이 목숨을 끊었다.
한 해 전인 2003년 8월에는 대북 송금 및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에서 수사를 받던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이 서울 중구 계동 현대그룹 사옥에서 투신해 사회적 충격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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