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바식당 운영권 주겠다" 등쳐…법정구속은 모면
(서울=연합뉴스) 김지헌 기자 = 청와대 직원이라는 신분을 이용해 수억원 대 사기를 친 전직 청와대 경호과장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조병구 부장판사)는 특정 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전 청와대 경호실 경호과장 박모(51)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고 24일 밝혔다.
박씨는 개인 빚을 갚을 방법 등을 찾다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이권에 개입할 수 있는 것처럼 꾸며 사기를 치기로 했다.
그는 청와대 경호과장으로 일하던 2012년 8월 지인 A씨가 소개해 준 피해자 B씨에게 유력인사들과 친분이 있는 것처럼 행세하며 "5억원을 주면 발전소 건설 현장의 함바식당 운영권을 주겠다"고 말해 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박씨는 같은해 9월 A씨에게도 투자를 권유해 1억4천800만원을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2016년 1월 또다른 피해자에게 "청와대 근무 후 퇴직한 사람이나 휴직자를 대상으로 한 금융상품이 있는데 여기에 투자하게 해주겠다"며 2억원을 받은 뒤 주식투자를 해 8천100만원 가량 손실을 안긴 혐의도 받았다.
그는 재판에서 "A, B 씨로부터 돈을 받은 것은 맞지만, 이는 함바식당 운영과 무관하게 빌린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B씨는 "저는 다른 공사현장 함바식당을 운영하던 중 '발전소 현장 함바식당을 운영할 사람을 찾는다'는 말을 듣고 박씨를 소개받았다"며 "박씨가 정·재계 인사들과의 친분을 과시해 그의 말을 믿었다"고 진술했다.
A씨도 "박씨가 제게 '만약 네가 투자 안 하면 B씨도 투자 안 한다. 너도 투자해야지만 저쪽에서 안심하니 너도 투자하라'고 했다"며 돈을 빌려준 것이 아니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박 씨가 미끼로 삼은 발전소 건설 현장에는 함바식당 자체가 운영된 적조차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재판부는 "박씨는 청와대 경호과장으로서 쌓은 경력과 배경을 과시해 피해자들이 실체가 의심스러운 투자 방법이 가능한 것으로 믿게 했다"며 "공직자로서 국가기관을 등에 업고 이권개입을 할 수 있는 것 같은 태도를 보였다"고 판시했다.
다만 "피고인의 지위를 이용해 공정하지 않은 방법으로 거액의 이득을 얻으려는 피해자들의 욕심이 적지 않게 작용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한다"며 "추가적 피해 변제 기회를 주기 위해 법정구속은 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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