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희선 기자 = 모기는 기온과 습도가 높아지는 여름철에 주로 활동하면서 사람들을 괴롭히는 불청객이다. 하지만 최근 섭씨 35도를 넘는 폭염이 이어지면서 모기가 눈에 띄게 줄었다.
서울시 모기감시자료에 따르면 7월 첫째 주부터 셋째 주까지 서울 시내 60개 유문등에서 잡힌 모기 개체 수는 총 708마리로, 작년 같은 기간(1천398마리)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유문등은 모기가 좋아하는 푸른 빛으로 모기를 유인하는 등이다.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이 경기도 내 12개 지역에 설치한 유문등에서도 지난달 24일부터 3주간 중국얼룩날개모기 3천498 마리가 잡혀 작년 같은 기간(6천998마리)의 절반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과거 통계를 봐도 기온이 지나치게 높아지면 포집되는 모기 개체 수가 오히려 줄어든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981년부터 2011년까지 매년 5~10월 전국 10개 지역에서 채집된 작은빨간집모기 자료와 기후와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기온에 따른 일본뇌염 매개모기 발생 예측'(정대현·이욱교·신이현 공저) 보고서에 따르면 채집일의 최고기온이 32℃ 이하일 경우 온도가 높아질수록 채집된 모기 개체 수가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지만, 32℃ 이상일 경우에는 온도가 높아질수록 개체 수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기온이 높아지면 모기 유충의 성장 속도는 빨라지는 반면, 성충의 활동성이 낮아지고 수명도 짧아지기 때문이다.
고신대 보건환경학부 이동규 석좌교수는 "변온동물인 모기가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온도는 27℃ 안팎"이라며 "15℃ 이하에서는 잘 움직이지 못해 겨울잠을 자며, 30℃ 이상으로 높아져도 하면(夏眠, 여름잠)에 들었다가 기온이 적당한 수준으로 내려가면 다시 활동에 들어가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미국 학자 마스턴 베이츠의 저서(The Natural History of Mosquitoes)에 따르면 5~10월 야외 우리에서 모기의 생존을 실험한 결과, 온도가 높아지고 습도가 낮아질수록 모기 성체의 수명이 짧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실험 기간 온도는 27℃에서 35℃ 사이였고, 습도는 50~90%의 분포를 보였다.
습도가 변하지 않는 조건에서도 온도가 낮을수록 모기의 수명이 길어진다는 것이 베이츠의 설명이다.
이동규 석좌교수의 실험에서도 온도가 높아질수록 모기가 알에서 부화해 성충으로 성장하는 속도는 빨라진 반면, 성충의 수명은 짧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우량 역시 모기의 생존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모기는 알, 유충(장구벌레), 번데기, 성충의 네 단계를 거치는데 알에서 번데기까지의 단계에서는 물에서 서식하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비가 너무 많이 와도, 너무 적게 와도 모기 발생이 억제된다"며 "비가 너무 많이 오면 모기의 교미, 흡혈, 산란 등의 활동이 어려워지고 물에 산란한 알이 유실되며, 반대로 비가 너무 적게 오면 산란할 장소가 줄어들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국내 통계를 분석한 결과, 5∼9월 총 강우량이 800∼1천100mm일 때 모기 밀도 상승에 유리한 조건으로 작용한 반면, 1천300mm 이상이거나 700mm 이하인 경우 억제 요인으로 작용했다. 또 일일 강우량 75mm 이상의 폭우가 쏟아질 때, 15일 동안 총 강우량이 150mm 이상일 때, 장마철처럼 10일 이상 지속해서 비가 올 때 등도 모기 개체 수가 감소했다.
전 세계에 서식하는 모기의 종류는 3천550여종에 달하며, 우리나라에는 56종이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중 질병을 옮기는 것으로는 일본뇌염 매개체인 작은빨간집모기, 말라리아를 옮기는 중국얼룩날개모기 등이 있다.
전문가들은 한여름 기온이 지나치게 높아지면 모기의 활동이 줄어들지만, 전반적인 온난화 현상의 영향으로 우리나라에서 모기가 더 위세를 떨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기온이 상승함에 따라 가을·겨울철 기온도 높아져 겨울철 모기와 모기 알의 생존율이 높아지고, 1년 중 모기가 활동하기에 적합한 기간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실제로 1981~2011년 통계를 분석한 결과, 2010년 작은빨간집모기의 출현 시점은 1981년에 비해 5주가량 앞당겨진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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