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24일(한국시간)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선 4명의 야수가 투수 대신 마운드에 올라 공을 던졌다.
텍사스 레인저스는 3-15로 대패한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의 경기에 외야수 카를로스 토치와 라이언 루아를 8, 9회에 각각 구원 투수로 투입했다.
토치는 ⅔이닝을 퍼펙트로 막았고, 루아는 1이닝 동안 삼진 1개를 곁들여 역시 완벽하게 던졌다.
MLB 게임데이는 토치가 던진 공 9개를 커브와 체인지업으로 분류했다. 체인지업의 최고 구속은 시속 136㎞에 달했다.
루아는 시속 147㎞짜리 빠른 볼을 앞세워 공 8개 중 7개를 스트라이크로 꽂았다.
변칙 전술의 달인인 조 매든 시카고 컵스 감독도 1-7로 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경기에 포수 빅토르 카라티니와 1루수 앤서니 리조를 8회와 9회에 잇달아 마운드로 보냈다.
카라티니는 시속 105㎞짜리 '아리랑 커브'로 1이닝을 1피안타 무실점으로 막았다.
리조는 최고 시속 100㎞짜리 슬라이더 2개로 A.J. 폴록을 중견수 뜬공으로 잡고 이닝을 마쳤다.
리조는 평소 투수로 등판하고 싶다고 매든 감독을 졸랐다고 한다. 리조는 '평균자책점 0'의 투수로 빅리그 투수 이력을 끝낼 것으로 보인다.
미국 온라인 매체 컴백닷컴에 따르면, 야수들의 등판은 메이저리그에서 해마다 급증하는 추세이며 올해는 그 현상이 더욱 두드러진다.
물론 진지하게 투타를 겸업하는 일본인 야구 천재 오타니 쇼헤이(24·로스앤젤레스 에인절스)와는 전혀 다른 일회성 구원 등판이다.
올해 야수들의 구원 등판은 시즌 종료를 한참 앞둔 24일 현재 36차례로 작년 최종집계치인 35회를 벌써 넘었다.
공식 기록이 아니어서 일일이 기록지를 보고 추려낼 수밖에 없기에 집계자에 따라 오차가 생길 수밖에 없지만, 마운드에 오른 야수들이 무척 많아진 것만은 분명하다.
한 해에 많아야 10여 차례에 불과하던 야수들의 '외도'는 4배 가까이 늘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각 팀이 불펜 투수를 아껴야 해서다.
일찌감치 승패가 기운 경기에 불펜 투수를 다 투입할 순 없다. 그래서 관중에게 볼거리도 제공할 겸 팔이 싱싱한 야수를 마운드에 세운다.
이는 메이저리그의 현재 추세와 직결된다. 한 분석에 따르면, 8점 차 이상의 낙승 또는 대패는 올해엔 230차례를 기록할 추세다. 1988년 146차례보다 월등히 많다.
완투형 투수들이 즐비해 선발투수가 긴 이닝을 소화하던 과거와 달리 요즘 선발투수들은 평균 6이닝을 3자책점 이내로 막는 퀄리티스타트에 집중한다. 나머진 불펜 투수의 몫이다.
선발투수를 5회 이전에 바꾸는 '퀵 훅'도 유행처럼 번져 불펜에 기대는 야구는 메이저리그의 대세가 됐다.
팀마다 사정이 달라 불펜 투수를 8명으로 운영하는 팀도 있고, 그보다 적은 7명만 기용하는 팀이 있다. 불펜 투수가 적은 팀은 경기 중반 대패 직전에 몰리면 어쩔 수 없이 야수를 구원 투수로 돌려 경기를 마칠 수밖에 없다.
cany99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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