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년만에 방한…"무기 대신 서울·평양간 열차 만들자"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미국 인권운동가 제시 잭슨(77) 목사는 24일 "정전협정 체결일인 7월 27일을 종전의 날, 평화의 날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흑인해방 운동가이자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마틴 루서 킹 목사의 후계자를 자처하는 잭슨 목사는 그동안 흑인 및 소수인종, 정치범, 성희롱 문제 등에 대해 목소리를 높인 인권운동가다.
한반도에 평화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방한한 잭슨 목사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지금은 65년간의 분단에서 벗어나 화해의 길로 나아가는 매우 중요한 상황으로 전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며 종전 선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반도 문제에 대해서도 꾸준한 관심을 표명한 그는 "한국전쟁에 참전했다가 돌아오지 못한 이웃들이 있어 한국 평화와 통일에 관심을 두게 됐다"며 "또 다른 이유는 모든 세계가 연결돼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잭슨 목사는 민중당 초청으로 방한해 정치권, 종교계 등과 교류하며 다양한 행사에 참석한다.
그가 한국을 찾기는 1986년에 이어 두 번째다.
32년 전 방한 당시 그는 비무장지대(DMZ)를 방문하고 가택연금 상태였던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과 만나기도 했다.
신경계 퇴행성 질환 파킨슨병 진단을 받고 투병 중인 잭슨 목사는 말이 다소 느렸지만 자기 생각을 명확히 표현했다.
그는 파킨슨병 투병 사실을 공개한 이후에도 대외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잭슨 목사는 "약 외에는 왕성한 활동과 믿음이 스스로 치유하는 방법"이라며 "남북이 좀 더 나은 대화를 할 수 있도록 돕고 싶고, 무기 대신 서울·평양 간 열차를 비롯해 집과 학교 등의 인프라를 만드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잭슨 목사는 최근 한반도 평화 분위기 조성과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의 공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평창동계올림픽 남북 동시 입장과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 등을 언급하며 "올림픽을 통해 신뢰하지 못하던 북한과 함께할 수 있게 됐고,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으로 이어졌다"며 "남북 정상이 함께 경계를 넘던 장면은 세계적으로 중요한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문 대통령이 이러한 과정의 물꼬를 튼 열쇠"라며 "불안한 요소도 있었지만 북한과 미국의 정상을 설득해서 함께 이야기할 수 있도록 만들었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 통일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잭슨 목사는 한반도 비핵화 등의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으리라 전망했다.
그는 "미국의 일부 세력은 한반도에 무기를 공급함으로써 이익을 얻기 때문에 평화의 과정을 꺼리며, 북한의 비핵화도 상호 검증과 신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치유의 과정임을 인지하고 희망을 가지고 멈추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예맨 난민 사태, 극단적인 남성·여성 혐오 등 최근 한국사회에서 나타나는 갈등에 대해서는 "한국전쟁이 일어났을 때 전 세계에서 도움을 주러 온 이들은 같은 입장에서 자신들도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동료로 왔을 것"이라며 "마찬가지로 난민, 성소수자 등 모든 사람을 대할 때 우리는 우리가 받고 싶은 대우를 상대방에게 똑같이 베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잭슨 목사는 25일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지도부 간담회, 26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초청 강연회 등의 일정을 소화하고 29일 출국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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