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세 명의 저승차사는 왜 천 년 동안이나 망자들의 재판을 이끌며 환생의 날을 기다려왔을까.
영화 '신과함께-인과연'(8월 1일 개봉)은 1천 년 전 과거와 현재, 저승과 이승을 씨줄과 날줄로 엮으며 저승 삼차사인 강림(하정우 분)·해원맥(주지훈)·덕춘(김향기)에 얽힌 복잡한 인연을 그린다.
1편 '신과함께-죄와벌'이 상상 속 지옥 세계를 그럴듯하게 구현하고 모성애라는 보편적인 감성을 앞세워 1천400만 명을 극장으로 불러들였다면, 2편의 힘은 이야기 그 자체에 있다.
고려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는 이들의 사연을 따라가다 보면 한편의 슬픈 전래동화를 보는 듯하다. 속죄와 구원이라는 교훈도 명확하다. "나쁜 인간은 없고 나쁜 상황만 있다"는 극 중 성주신 말처럼,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도 담겼다.
이야기는 크게 두 갈래다. 1편에서 원귀였던 수홍(김동욱)은 2편에서 강림과 함께 49번째 재판을 받는다. 다른 한 축은 망자를 데리러 간 해원맥과 덕춘이 성주신을 만나 잊어버린 과거와 마주하게 되는 내용이다.
제각각 흩어진 조각이 마침내 하나로 맞춰져 퍼즐을 완성했을 때 쾌감은 큰 편이다. 다만, 완성된 그림을 보기까지는 어느 정도 인내가 필요하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전개되기보다 "천 년 전에 너희는 말이야…"라고 시작하는 화자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하기 때문이다.
이승에서 할아버지와 어린 손자를 지키는 성주신(마동석)과 자기 전생을 기억하는 강림이 주된 화자다. 주로 이들의 입을 빌려 이야기가 전개돼 다소 평면적으로 느껴진다. 수시로 시공간이 바뀌는 편집과 캐릭터 변화가 영화에 굴곡을 준다.
1편에서 관객의 눈물을 흘리게 하는 강력한 신파는 호불호가 갈렸어도 대중성을 획득하는 디딤돌 역할도 했다. 2편은 이야기 밀도를 촘촘히 하고 신파를 덜어냈지만, 가슴을 울리는 강력한 '한방'은 잘 느껴지지 않는 편이다. 1편이 군 의문사라는 현실적인 소재를 다룬 반면, 2편은 고려 시대가 주된 배경으로 등장하면서 판타지 요소가 강화된 점도 어느 정도 작용한 듯하다.
'신과함께' 속 지옥 세계는 불과 7개월 전에 한번 본 것이기에 눈에 익다. 대신에 호랑이와 늑대 등 다양한 괴수가 등장해 눈길을 사로잡는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서나 본 예상치 못한 비기도 깜짝 등장한다. 시각적 특수효과는 마음만 먹으면 할리우드를 얼마든지 따라잡을 수 있다는 제작진의 자신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무기는 마동석이다. 다소 무겁고 비장하게 느껴지는 영화에 마동석 특유의 유머 코드가 활력을 불어넣는다. 저승차사들은 한방에 때려눕히면서도 인간 앞에서는 솜주먹으로 변하는 반전 모습이 웃음 포인트다. 펀드와 주식투자 수익률에 집착하는 인간다운 면모도 깨알 웃음을 선사한다. 다만, 같은 유머가 계속 반복되다 보니 뒤로 갈수록 웃음 타율은 떨어지는 편이다.
영화는 전편에 심어놓은 단서들을 남김없이 회수한다. 전편을 봐야 더 잘 이해할 수 있다는 의미도 된다. 1편을 본 관객이 다시 2편을 본다면, 흥행은 떼놓은 당상이나 마찬가지다. 2편도 성공한다면 한국형 프랜차이즈물 새 역사를 쓰게 될 것은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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