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열 "최인훈, 내게 가장 큰 영향 준 작가"(종합)

입력 2018-07-24 23:20  

이문열 "최인훈, 내게 가장 큰 영향 준 작가"(종합)
성석제 "'광장' 50번 읽었는데…든든한 버팀목 잃어"
최인훈 작가 빈소 이틀째 김승옥·백낙청·김사인 등 조문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최인훈 선생은 나와 열네 살 차이인데, 현존하는 작가 중 가장 많은 영향을 줬습니다. 내가 관념적이라는 말을 듣는데. 이런 것들이 다분히…. '광장'이라든가 그 외에도 중·단편까지 다 읽었고 이런 작품들을 교재처럼, 창작 교재로 삼았지요."
24일 저녁 고(故) 최인훈 작가 빈소를 찾은 이문열(70) 작가는 고인을 떠올리며 이런 감회를 밝혔다.
또 "(최 선생은) 나를 세 번 뽑아준 분이다. 신춘문예에서 뽑아줬고 오늘의작가상도 뽑아줬다"며 각별한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기도 했다.
장례 이틀째를 맞은 최인훈 작가 빈소에는 동료·후배 문인들이 줄을 이어 조문하며 스승이자 선배인 고인에게 경의와 애도를 표했다.
후배 작가인 성석제 역시 "'광장'의 맨 뒷부분에 주인공이 배에서 사라지는 장면은 40∼50번 정도 읽은 것 같다. 청년기에 문학적으로 큰 영향을 준 텍스트 창출자이셨고, 그런 분이 살아계신다는 것만으로도 아주 든든한 버팀목이었는데, 이렇게 떠나셔서 심적으로 큰 타격을 느낀다"고 했다.
또 "대학 때 시를 공부하면서 처음으로 최 선생님 작품을 읽게 됐는데, 시 같은 텍스트로 읽혔다. 서술 방식이 실험적이고 충격적이었는데, 그분을 잘 모르니까 '우리나라에 이렇게 젊은 작가가 있구나' 생각했다. 시간을 뛰어넘어 힘 같은 걸 느낄 수 있었고, 나중에 그 내용이 역시 소설로 다루기 어려운 소재를 녹여냈다는 걸 알게 되면서 젊고 실험적인,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정신, 개척자적 정신을 느꼈다. 그런 점이 지금까지도 변한 게 없다"고 떠올렸다.
이어 "나이나 세대를 다 떠나서 몇백 년 전 작가 중에 지금도 감동적인 작가들이 있는데, 최인훈 선생님도 그런 분이셨다. 소설뿐 아니라 극작도 하시고 문학적인 모험들을 계속하셔서 늘 본받고 싶은 작가였다. 한 번도 개인적으로 뵌 적은 없지만, 이렇게 떠나시니 마치 윗세대를 잃은 고아처럼 느껴진다"고 덧붙였다.
빈소에는 전날부터 최일남, 김승옥, 김원우, 이인성, 성석제, 은희경, 하성란, 강영숙, 윤성희, 천운영, 편혜영 등 소설가와 정현종, 이근배, 김혜순, 박형준, 이병률 시인, 이경자 한국작가회의 이사장, 김사인 한국문학번역원장,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염현숙 문학동네 대표, 문학평론가 정과리, 홍정선, 황종연, 우찬제, 권성우, 정홍수, 김명인 등이 조문했다.



백낙청 교수는 고인을 떠올리며 "우리 문학에서 업적도 많으시고, 한눈 안 팔고 지식인으로서 또 문학인으로서 외길을 가신 분"이라고 말했다.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인 김사인 한국문학번역원장은 "최인훈 선생은 우리 한국 현대사에 아직도 해결되지 못하고 치유되지 못한 어떤 상처를 자기 전 생애에 문학적 화두로 일관한 분이다. 굉장히 세련된 지성과 섬세함을 갖춘 최인훈의 영혼은 평생 그 상처의 힘으로 버텨왔다고 생각된다. 그런데 남북 간에 민족의 상처가 치유되고 통합의 수준이 한 단계 높아질 수 있는 시기에 변화나 성취를 끝내 보지 못하고 고향을 회복하지 못한 채로 이렇게 생애를 마감하게 되는 것이 굉장히 아픈 일이다. 그 자체가 갖는 상징성이 강하게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해방과 전쟁을 그런 수준으로 객관화할 수 있는 지성적 거리를 한국 현대 문학이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은 굉장히 소중한 것이다. 그건 최인훈이 있음으로써 한국문학이 성취할 수 있었던 성과다. 한국문학에만 그칠 것 아니라 세계문학사적 의미를 가질 수 있는 측면이 있다"며 "'광장' 등 작품은 해외 번역가들이 선호하는 리스트에 항상 들어있는데, 다시 한 번 최인훈 문학을 전체적으로 아울러 해외 독자들에게 새롭게 소개하는 작업이 이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소설 '광장' 등으로 한국문학사에 큰 획을 그은 최인훈 작가는 넉 달 전 대장암 말기 진단을 받고 투병하다 지난 23일 오전 향년 84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min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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