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 장관과 기무세력의 한판 대결 시작"…한솥밥 먹을수 있겠나
칼날 무뎌진 송영무 국방, 기무사 고강도 개혁안 도출여부 관심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국군기무사령부가 정면으로 충돌했다. 기무사 개혁안을 놓고 치열하게 대립해온 양측의 갈등이 '계엄령 문건'을 계기로 폭발한 모양새가 됐다.
송 장관은 작년 3월 계엄령 문건을 작성한 기무사의 행위를 심각한 '정치개입'으로 판단하고 기무사를 송두리째 개혁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왔다. 이에 기무사 측은 부대 특성상 윗선의 명령을 거역할 수 없어 충실히 따랐을 뿐이라는 논리를 앞세워 '방어'에 나선 모습이었다.
군 일각에서는 지난 24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송 장관과 기무사 간부들 간에 오고 간 낯뜨거운 수준의 진실공방은 그동안 쌓여온 갈등이 표면화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방부를 담당하는 민병삼 100기무부대장(대령)은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송 장관이 "(기무사의)위수령 검토 문건은 잘못된 것이 아니다. 법조계에 문의해보니 문제 될 것이 없다고 했다"고 증언했다. 민 대령은 "저는 현재 36년째 군복을 입고 있는 군인이다. 따라서 군인으로서 명예를 걸고, 양심을 걸고 답변 드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진술을 듣고 얼굴이 일그러진 송 장관은 "완벽한 거짓말이다. 대장까지 지낸 국방부 장관이 거짓말을 하겠나. 장관을 그렇게 얘기하시면 안 된다"고 맞받았다.
살아온 이력까지 들먹이며 자신만의 '진실'을 주장한 둘은 갈 데까지 간 듯하다.
기무사 계엄령 문건 사건을 계기로, 기무사에 대한 강도 높은 개혁을 추진해온 송영무 국방장관과 조직 보호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기무사 간에 힘 대결이 국회 국방위 증언을 계기로 본격화한 형국이다.
◇ 기무사 수뇌부, 계엄령 문건 수사속 국방위에 총출동…그 이유는
24일 국회 국방위에는 이석구 기무사령관(중장), 소강원 참모장(소장), 기우진 5처장(준장), 민병삼 100기무대장 등 핵심 간부들이 총출동했다.
특히 소 참모장은 계엄문건 작성 당시 3처장으로 있으면서 14명으로 꾸려진 테스크포스(TF)를 이끈 당사자이고 그 당시 수사단장이었던 기 처장은 계엄문건에 딸린 '대비계획 세부자료' 작성 책임자였다. 다시 말해 국방부 특별수사단의 수사를 먼저 받아야 할 인물인데도 국방위에 증인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통상 수사 대상자들은 국회의 증인 요청에도 수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응하지 않는 것이 관례였다.
이로 볼 때 이들은 작심하고 '자발적'으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이날 국방위에서 이석구 사령관도 지난 3월 16일 계엄문건을 송 장관에게 최초 보고할 때 '위중함'을 알렸다고 주장하면서 송 장관과 각을 세웠다. 이 사령관은 사안의 중요성을 고려해 20분간의 대면보고를 했다고 강조했다.
이 사령관의 이런 태도는 사안의 위중함을 충분하게 설명했는데도 송 장관이 4개월가량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항변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에 송 장관은 "5분 정도 보고를 받았다. 그 문건이 아니고 지휘 일반 보고를 받았고 이것(문건)은 두꺼워서 다 볼 수 없으니 놓고 가라고 했다"며 "그날 일정이 바빠서 다 끝난 다음에 퇴근하기 전에 봤다"고 밝혔다.
이 사령관의 주장대로 20분간 보고를 했다면 송 장관은 애초부터 사안을 심각하게 판단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그러나 송 장관의 답변대로 5분간 특별한 강조점 없이 보고됐다면 얘기는 달라질 수 있다.
현재로선 진실 공방의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진상을 가리려면 특별수사단의 조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 기무사 전면공세 배경 뭘까…송영무 장관 강공 까닭은
기무사가 사령관을 포함해 수뇌부가 똘똘 뭉쳐 대응하는 데는 작금의 계엄령 문건 수사를 들여다봐야 이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작년 3월 대통령 탄핵 정국 때 작성된 기무사 계엄령 문건과 대비계획 세부자료는 당시 조현천 기무사령관이 한민구 국방장관에게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고, 1년이 지난 올해 3월 이석구 기무사령관은 송영무 국방장관에게 보고했다.
이석구 사령관은 해당 문건을 직속상관인 송 장관에게 보고하는 절차를 밟음으로써 나름대로 적폐 청산 작업을 하려했다. 물론 그걸 통한 기무사 개혁을 예상하면서도 적어도 조직 보호의 방책을 찾으려 했음이 분명하다.
그러나 송 장관은 고강도의 기무사 개혁을 의도하고 있었던 듯하다. 실제 수개월여 송 장관 주도로 기무사 개혁 태스크포스(TF)가 운영됐다는 점에서 기무사로선 송 장관 '존재' 그 자체로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송 장관이 3월 16일 이 사령관으로부터 보고를 받고도 청와대에 보고하지 않은 채 6월 28일에야 8페이지의 기무사 계엄령 문건을 제출했다는 점이다.
<YNAPHOTO path='C0A8CA3C00000164CFE3493100040A12_P2.jpeg' id='PCM20180725003556044' title='송영무-기무사 정면 충돌 (PG)' caption='[제작 최자윤, 이태호] 사진합성, 일러스트' />
그 이후 상황이 급진전했다. 7월 5일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이 해당 문건을 폭로한 데 이어 문재인 대통령의 두차례 특별지시로 국방부 특별수사단이 꾸려지고, 기무사는 물론 관련 부대 간에 오간 보고와 문서까지 집중하여 수거하는 상황이 초래됐다.
특히 특별수사단의 수사로 67페이지의 대비계획 세부자료의 존재가 확인된 후인 이달 19일에야 송 장관은 해당 자료를 청와대에 제출했다. 두 번째 중대한 실책을 범한 셈이다. 이로써 송 장관의 '월권'과 '책임회피' 문제가 전면 부상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전날 열린 국회 국방위에서 기무사의 민병삼 대령부터 이석구 사령관의 날 선 공격이 이뤄졌다.
◇ 개혁 '저항' 모양새 기무사, 책임회피 일관 송영무 정면 대결 양상
본격적인 수사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누구의 주장이 맞고 틀린 지를 확인할 수는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송 장관이 체면을 구겼고, 리더십에도 큰 타격을 받았음은 분명하다. 이 사령관을 포함한 기무사도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어 보인다.
이런 가운데 송 장관과 기무사의 정면충돌로, 차후 계엄령 문건 수사는 물론 기무사 개혁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가 관심을 끈다.
송 장관은 그동안 해온 대로 기무사 개혁의 고삐를 바짝 죌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리더십에 강한 타격을 입은 송 장관이 기무사를 송두리째 바꿀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송 장관은 그동안 기무사의 정치개입 금지, 민간사찰 금지, 특권의식 근절 등 3가지 방향으로 개혁을 추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장영달 위원장 등 13명이 참여한 기무사 개혁위원회를 가동 중이다. 이 위원회는 조직·인사 6개 분야로 나눠 개혁안을 마련 중이다.
송 장관은 필요할 경우 기무사의 간판을 떼어내고 소속도 변경하는 등 근본적인 조정 방안도 구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의 한 관계자는 25일 "송 장관과 기무세력의 한판 대결이 시작된 것 같다"면서 "70년 권세를 누려온 세력이 앉아서 그냥 당하겠느냐"고 말했다. 조직과 인력, 임무에 대한 전면적인 개편에 직면한 기무사의 '저항'이 계속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그러나 송 장관이 취임 이후 연이은 설화를 빚었는가 하면 이번 기무사 계엄령 문건 처리 과정에서 여러 차례 실책을 범하고 책임 회피성 태도를 보였다는 점에서 이 또한 송 장관의 자격 시비로 이어질 수 있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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