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메일 보전영장도 전부 기각…임종헌 사무실 2곳 추가 압수수색
법원행정처 "기조실 PC 이외 자료 못 준다"…검찰에 최종 통보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법관사찰·재판거래 의혹의 '윗선'으로 의심받는 전직 고위 법관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이 또 기각됐다.
이런 가운데 법원행정처는 기획조정실 등 PC 하드디스크 일부를 제외한 나머지 요청자료 대부분을 임의제출할 수 없다고 검찰에 통보해 수사에 난항이 예상된다.
25일 법원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허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새벽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김모 전 기획제1심의관의 자택과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했다.
허 부장판사는 "양 전 대법원장과 박 전 처장 등이 공모했다는 점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영장을 기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신봉수 부장검사)는 전날 이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재청구했다.
양 전 대법원장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기각은 두 번째다. 법원은 최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자택과 사무실 압수수색 영장을 내주면서 나머지는 모두 기각한 바 있다.
검찰은 압수수색 영장이 한 차례 기각된 전·현직 법관 수십 명의 이메일을 당사자들이 훼손하거나 변경하지 못하도록 보전조치 영장도 청구했으나 모두 기각됐다. 법원은 임 전 차장과 이 전 상임위원 등 3명의 이메일 압수수색 영장만 발부했었다.
법원은 이날 임 전 차장의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만 발부했다. 검찰은 지난 21일에 이어 이날 오전 임 전 차장의 변호사 사무실과 그가 고문으로 있던 투자회사 사무실을 추가로 압수수색했다.
<YNAPHOTO path='PYH2018072513410001300_P2.jpg' id='PYH20180725134100013' title='임종헌 전 차장 사무실 압색 완료한 검찰' caption='(서울=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사무실 압수수색을 마친 검찰 수사관들이 건물을 나서고 있다. mon@yna.co.kr' />
검찰은 지난 21일 임 전 차장 압수수색에서 수사 대응자료와 대법원장·법원행정처장 보고자료 등을 확보했다. 압수수색으로 입수한 파일은 수천 건에 이른다.
검찰은 이 파일을 분석한 내용을 토대로 양 전 대법원장과 박 전 처장 등의 공모 혐의를 압수수색 영장에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장 범죄사실에는 부산 건설업자 정모씨의 항소심 재판 개입 의혹, 상고법원에 반대하던 하창우 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사찰 의혹에 관한 법원행정처 간부들의 직무유기·직권남용 혐의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압수한 임 전 차장의 USB에서는 지난해 3월 퇴임 이후 법원행정처가 생산한 문건이 다수 발견된 것으로 확인됐다. 여기에는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한 법원 자체조사 관련 문건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임 전 차장은 세 차례에 걸친 법원 자체조사에서 핵심 조사대상이었다. 검찰은 임 전 차장뿐 아니라 문건을 건넨 법원행정처 내부 인사에게도 공무상비밀누설 혐의가 적용 가능하다고 보고 경위 파악에 나설 방침이다.
한편 법원행정처는 전날 기획조정실과 전직 차장의 PC 하드디스크 12개를 제외한 사법정책실·사법지원실 하드디스크와 인사자료, 재판 관련 자료, 내부 이메일과 메신저 송수신 내역 등을 모두 임의제출할 수 없다고 검찰에 최종 통보했다.
디가우징 방식으로 데이터가 손상된 양 전 대법원장과 박 전 처장의 하드디스크는 복구 불능 판정이 내려진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두 사람이 재임 시절 보고받은 문건들을 백업해 가지고 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검찰은 법관사찰·재판거래 의혹을 밝히는 데 이들 자료가 필수적이라고 보고 법원행정처와 양 전 대법원장 등에 대한 강제수사를 시도할 방침이다. 그러나 법원이 압수수색 영장을 잇달아 기각하면서 수사 기초자료 확보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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