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서 '불량 백신' 피해 속출…부모들 집단항의 사태

입력 2018-07-25 13:23  

중국서 '불량 백신' 피해 속출…부모들 집단항의 사태
'백일해 백신' 맞았다가 중증 백일해 걸려…척수염 발병도
당국, 백신 부작용 부인하면서 '보도통제'에만 열 올려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수십만 개의 불량 백신이 유통돼 영유아에게 접종된 중국 '백신 스캔들'의 심각한 피해 사례가 잇따라 나타나면서 파문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중국 제약기업 '창춘창성(長生) 바이오테크놀로지'와 '우한생물제품연구소'는 품질이 기준에 미달하고 생산 데이터까지 조작된 DPT(디프테리아·백일해·파상풍) 백신과 광견병 백신을 대량으로 판매했다가 발각되자 이를 전량 회수했다.
25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명보, 동방일보 등에 따르면 중국 선전(深천<土+川>) 시에 사는 여성 펑(彭) 씨는 올해 2월 말 딸에게 우한연구소가 생산한 백일해 백신을 접종했다.
그러나 3월 초부터 딸이 기침하기 시작하더니 기침과 경련이 갈수록 심해졌다.
아동병원은 중증 백일해로 진단했고, 이 아이는 5월 초까지 병원 집중치료실(ICU)에서 치료를 받아야 했다.
퇴원 후에도 가끔 심한 기침을 하며, 목소리도 어린아이 같지 않게 쉰 목소리로 변했다.
허난(河南) 성에 사는 농민 허팡메이(何方美) 씨도 올해 3월 한 살배기 딸에게 우한연구소의 백일해 백신을 접종했다가, 이 딸이 급성 척수염 증상을 보였다.
백신 접종 이전에는 서서 잘 걸어다녔던 이 아이는 하룻밤 만에 운동능력을 상실해 앉는 것은 물론 누워서 몸을 뒤집을 수도 없었다.
허 씨는 수천만 원의 치료비를 대기 위해 빚까지 내야 했다.
딸아이는 상태가 다소 호전됐지만, 완전히 정상으로 돌아오지는 않았다.
충칭(重慶) 시에 사는 뤄야(羅亞) 씨도 한 살배기 아들에게 문제의 백일해 백신을 접종했다가 아들에게 끊임없이 병이 생겼다.
한 달에 한두 차례는 병원에 입원시켜야 했다. 한번은 호흡이 곤란해 인공호흡기까지 사용했다.
불량 백신을 접종했다가 아이에게 심각한 질병이 생긴 사례는 이외에도 여럿 있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보도 통제 등으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
백신 접종 후 자녀에게 부작용이 생긴 부모들이 수차례 베이징으로 향해 중앙정부에 이를 고발하려고 했지만, 모두 공안요원에 끌려가거나 구금돼 뜻을 이루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당국이 백신 접종으로 인한 부작용을 부인하고 있어, 이들은 자녀 치료비에 한해 수천만 원의 돈을 쓰면서도 보상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당국의 이러한 미온적인 태도에 백신 스캔들에 대한 중국인들의 분노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전날 충칭 시 시양(西陽) 현에서는 어린 자녀를 둔 수많은 부모가 현지 질병예방통제센터로 몰려가 당국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들은 문제의 백신이 품질 미달 판정을 받은 이유가 무엇인지, 이미 접종한 아이에게 무슨 영향이 있는지, 부작용이 생겼다면 보상대책이 무엇인지 등을 따져 물었다.
하지만 이들은 "제약회사 문제지, 우리와 관련된 문제는 아니다", "상부에서 대책을 마련할 것이다" 등의 대답밖에 들을 수 없었다.
심지어 항의를 주도했던 한 여성은 현지 파출소에 끌려가 항의 행동을 중단하라는 협박과 회유를 당해야 했다.
중국 당국은 창춘바이오와 우한연구소가 생산한 불량 백신이 면역능력만 떨어뜨릴 뿐, 안전성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한다.
당국은 백신 스캔들에 대한 여론 악화를 우려해 보도 통제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홍콩대 연구진의 분석 결과 지난 22일 중국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글 중 1만 개 당 63개 꼴로 검열에 의해 차단됐고, 이 가운데 상당수는 백신 스캔들과 관련된 것이었다.
차단된 글은 "의약품과 백신 감독을 책임지는 관료는 당장 사퇴해야 한다", "불량 분유에 이어 불량 백신까지…왜 홍콩과 마카오가 본토 체제를 거부하는지 이해가 간다" 등이었다.
중국 내 언론인들은 당국이 전날 백신 스캔들을 대대적으로 다루지 말 것을 지시한 보도 지침을 내렸다고 전했다.
관영 매체에서는 백신 스캔들을 악용하는 세력이 있다는 적반하장 식 주장까지 내놓고 있다.
중국 관영 매체인 환구시보(環球時報)의 총편집인 후시진(胡錫進)은 "일부 세력이 백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을 깎아내리고 있다"며 "이들이 열렬히 선전하는 것처럼 중국이 그렇게 나쁜 국가는 아니다"고 주장했다.
ssah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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