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 민자사업자 보증 섰다가 770억원 물어줄 판

입력 2018-07-25 13:06   수정 2018-07-25 13:51

부산대, 민자사업자 보증 섰다가 770억원 물어줄 판
교내 쇼핑몰 수익사업 실패…대법 "변제 시기는 조건부 유예"

(부산=연합뉴스) 김선호 기자 = 국립대 최초로 민간자본으로 학내에 쇼핑몰을 건립한 부산대가 민간사업자의 대납보증을 섰다가 770억원 이상을 국민 세금으로 물어내야 할 처지에 놓였다.

대법원 1부(주심 박상옥)는 농협이 부산대를 상대로 제기한 '해지 시 지급금' 청구 소송 상고심 선고 공판에서 부산대가 대출금 400억원을 갚아야 한다는 원심판결은 그대로 유지하고 부산대가 효원이앤씨로부터 쇼핑몰 건물을 돌려받을 때까지 농협에 대출금을 갚지 않아도 된다고 판결했다.
부산대는 2006년 국립대 최초로 민간사업자인 효원이앤씨와 계약을 맺고 학내 쇼핑몰인 효원굿플러스(구 효원회관)를 짓기로 했다.
효원굿플러스 소유권은 부산대가 가지지만 효원이앤씨가 2039년까지 위탁 운영하는 계약이었다.
400억원을 빌려 효원굿플러스를 지은 효원이앤씨는 이후 분양이 잘 안 돼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고 대출금 400억원도 갚지 못하자 부산대가 나섰다.
2010년 효원이앤씨가 농협으로부터 400억원을 대출받아 기존 대출금을 갚는 과정에서 부산대가 대납보증을 선 것이었다.
효원이앤씨가 이후에도 대출금과 이자를 갚지 못하자 2013년 농협은 보증을 선 부산대가 대신 변제하라며 소송을 제기해 1, 2심에 이어 이번에 대법원에서도 승소했다.
다만 대법원은 건물 인도 의무와 대출금 상환 의무가 동시 이행돼야 한다는 부산대의 주장이 일리 있다고 보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부산대가 농협에 갚아야 할 돈은 효원이앤씨의 대출금 지급 연체로 실시협약이 해지된 2012년 5월 기준 원금과 연체 이자를 포함해 약 770억원, 현재 기준으로 약 84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부산고법으로 파기환송된 사건이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는 과정에서 부산대가 농협에 지급해야 할 대출상환금 규모가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부산대는 대법원 판결 패소에 대비해 약 1천억원의 정부 예산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지급 시점은 미뤄졌다.
대법원은 부산대가 이랜드리테일을 상대로 제기한 계약 무효 소송 상고심도 선고했는데 이랜드리테일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 그대로 계약을 무효라고 판결했다.
효원이앤씨는 2009년 준공한 효원굿플러스를 위탁 운영하며 임차인들과 임대차 계약을 맺었으나, 분양률이 낮자 부산대와 협의해 이랜드리테일에 지하 2층부터 지상 3층까지 시설관리운영권을 20년간 위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랜드리테일은 효원이앤씨로부터 해당 건물 4, 5층을 임차한 태성시네마와도 전차 계약을 했는데, 2011년 7월 부산대가 효원이앤씨가 태성시네마와 건물 4, 5층을 전차한 사실을 감춘 채 체결한 계약은 무효라며 소를 제기해 대법원에서 승소한 것이다.
대법원 판결로 부산대는 이랜드리테일이 2039년까지 위탁 운영하기로 했던 효원굿플러스 건물을 돌려받을 수 있게 됐다.
부산대 관계자는 "국립대 최초로 민자형 수익사업을 벌여서 좋은 선례를 남기고 싶었지만, 결과가 좋지 않아 안타깝다"며 "효원굿플러스 건물을 돌려받으면 직영, 재계약, 다른 임대사업자에 재위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효원굿플러스 추진 당시 김인세 전 부산대 총장은 효원이앤씨 대표로부터 1억4천700만원을 받고 특혜를 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로 기소돼 2013년 12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5년에 추징금 1억4천700만원을 확정판결 받았다.
win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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