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뛰쳐나와 차에서 에어컨 틀고 잤어요" 폭염 속 정전 아파트

입력 2018-07-25 13:25  

"집 뛰쳐나와 차에서 에어컨 틀고 잤어요" 폭염 속 정전 아파트
서울 하계동 장미아파트, 폭염·열대야 속 12시간 넘게 정전 계속
오후 6시께 복구 전망…구청, 냉동차·찬물 지원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너무 덥죠. 이 더위에 집에서 선풍기도 못 틀고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으니까 견딜 수가 없어서 집에서 나왔어요."
25일 서울 노원구 하계동 장미6단지 아파트. 기록적인 폭염과 열대야 속에 12시간 넘게 전기가 끊겨 큰 혼란이 벌어진 이 아파트 612동에 사는 김종대(57) 씨는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
그는 "어젯밤 10시 넘어 전기가 끊겼는데 더워서 도저히 집에서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며 "결국 집에서 나와 (단지 내에 있는) 평상에서 누웠다가 모기가 많아서 차에 들어가 에어컨을 틀고 잤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한국전력에 따르면 15개 동 1천880세대가 사는 이 아파트의 604·605·607·608·612동 총 600여 세대가 24일 오후 10시 20분께 정전돼 25일 오후 1시까지도 복구되지 않았다.


아파트 내 변압기 손상이 원인으로 파악됐으나 과부하 때문인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한전 관계자는 "변압기가 손상된 원인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과부하는 아닌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고장 난 변압기가 워낙 구형이고 흔치 않은 기종이라 교체할 제품을 찾기 쉽지 않았고, 이 때문에 복구 시간이 더 오래 걸리고 있다는 게 아파트 관리사무소와 한전의 설명이다.
정전 시간이 길어지면서 주민 불편도 커지고 있다. 엘리베이터와 경비실은 비상 발전기로 가까스로 운영되고 있으나 각 가정에서는 에어컨·선풍기는 물론 냉장고마저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아파트 외부에는 집마다 거의 빠짐없이 에어컨 실외기가 설치돼 있지만 정전 때문에 모두 멈췄다. 주민들은 대부분 더위를 피해 집을 비운 듯 한산했다. 정전된 동 주민들을 근처에서 찾아보기 어려웠다.


노원구청은 '일일 주민 냉장고'라고 적힌 냉동차 2대를 단지에 배치하고 집마다 아이스박스를 보내 냉장이나 냉동 상태로 보관할 음식물을 맡기도록 했다. 아울러 주민들이 더위를 쫓을 수 있도록 페트병에 담긴 냉수를 담아 나눠줬다.
이 아파트의 정전은 오후 6시 전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아파트 관리사무소는 교체할 변압기가 도착하면 곧바로 설치 작업을 할 수 있도록 장비와 인력을 준비해둔 상태다.
한전 관계자는 "늦어도 주민들이 퇴근해 집에 돌아올 때까지는 전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복구작업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jae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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