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모두가 인기를 원한다'
(서울=연합뉴스) 이웅 기자 = 인기를 좇는 건 정치인이나 연예인만이 아니다. 누군들 주위 사람들로부터 인정받길 원하지 않을까. 특히 요즘처럼 인지도나 유명세가 부와 권력으로 직결되는 세상에선.
미치 프린스틴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학교 임상심리학과 교수는 저서 '모두가 인기를 원한다'(위즈덤하우스 펴냄)에서 모든 사람은 타인에게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싶은 보편적인 욕구가 있다며 인기가 인간의 행복과 성공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다.
저자는 인기를 '지위(status)'와 '호감(likability)'으로 구분한다.
지위는 인지도, 주도권, 권한, 영향력, 명성을 가리키며, 호감은 주위 사람들이 좋게 여기게 만드는 감정이다.
인기의 가장 기본적인 유형은 호감이지만, 우리가 보통 인기를 생각할 때 떠올리는 건 지위에 훨씬 가깝다.
사람의 대뇌피질 아래 변연계에는 자신이 남들로부터 인정받고 영향력이 있다는 생각이 들 때 도취감이나 황홀감을 느끼게 하는 오래된 보상중추가 있다.
높은 지위를 추구하게 하는 생물학적 장치인 셈이다. 선사시대 높은 지위가 생존과 번식에 유리했기 때문에 진화했다고 볼 수 있다.
살면서 지위에 관심을 갖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문제는 지위에 대한 과도한 집착이다. 지위를 유지하려거나 지위 상승을 꾀할 때 사람이나 동물은 공격성을 드러낸다고 한다.
우리는 더 이상 먹고살고 후손을 남기기 위해 지위에 의존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마치 우리 몸이 수렵채집 시절 관성 때문에 불필요한 영양분을 축적해 비만을 유발하듯 우리 마음은 불필요한 지위를 갈망한다.
저자는 사람들이 문명화할수록 지위에 더 강한 집착을 보이는 원인을 개인주의의 확산과 미디어의 자극에서 찾는다.
그러면서 지위를 통해 얻은 인기는 행복과 거리가 멀다고 지적한다.
영화배우, TV 스타, 정치인, 운동선수 등 다수 유명인을 인터뷰한 결과, 대중의 관심이 처음에는 도취감과 황홀감을 가져다주지만 높아진 인기를 점차 감당하기 어려워지고 분노, 중독, 분열, 외로움과 우울을 겪게 된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우리에게 행복을 가져다주는 인기는 호감이라고 강조한다.
호감을 주는 사람들은 일을 더 잘하고 만족감과 행복감, 성취감을 더 잘 느낀다고 한다.
학교든, 직장이든 호감을 사는 사람들의 공통된 특징은 타인과 협력하고 잘 도와주고 나눌 줄 알고 규칙을 따른다는 것이다.
이들은 정서가 안정돼 있고 똑똑하고 창의적이며 기분이 좋을 때가 많다. 대화에 열심히 참여하고 다른 사람의 말을 잘 들어준다. 집단에 거스르는 행동을 하거나 피해를 주지도 않는다.
반대로 비호감인 사람은 공격적으로 행동하거나 미안한 마음 없이 규범을 어기고 자신의 이익을 우선시해 이기적으로 행동한다. 이들은 타인에게 거부당할수록 더 공격적인 성향을 드러낸다. 아이나 어른이나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당사자는 자신이 환대받지 못한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
지위와 호감을 모두 갖춘 사람은 많지 않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높은 지위에 있으면서 호감형인 사람은 35%밖에 되지 않는다.
나머지는 처세에 능해 자신에게 도움이 될 일에는 사회성을 발휘하지만 필요하면 서슴없이 다른 사람을 무너뜨릴 준비가 된 양면형 사람들이다. 직장 상사 중 다수가 비호감인 이유다.
호감은 지속되는 경우가 많다. 대개 어린 시절 인기가 있던 사람은 어른이 된 후에도 주위에서 환영받는다.
아이가 인기를 얻도록 부모가 도와줄 수는 있지만, 자칫 호감이 아니라 지위를 중요하게 생각하도록 부추길 수 있다. 바람직한 건 인기의 두 유형을 가르쳐주고 스스로 행복해질 수 있는 법을 찾도록 격려하는 것이라고 저자는 조언한다.
저자는 인기에 집착하는 건 어쩔 수 없는 인간의 본능이지만 실현 방법은 선택 가능하다고 말한다.
"우리에게는 선택권이 있다. 우리는 이런 본능이 지위로 향할지 호감으로 향할지 결정할 수 있다. 지위에 이토록 집착하는 사회에서 호감을 선택하기란 쉽지 않을 수도 있다. 세상에서는 눈에 띄고, 지배적이고, 강력하고, 멋져 보이는 것이 그 자체로 바람직하다고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김아영 옮김. 284쪽. 1만5천원.
abullapi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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