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질, 칭송받아 마땅"…터키 여론도 외질 응원
외질, 선거 한 달 앞두고 터키 대통령과 사진 찍어 독일 내 논란 자초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자신과 사진을 찍은 일이 빌미가 돼 독일국가대표를 은퇴한 터키계 축구선수 메주트 외질에 박수를 보냈다.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앙카라에서 취재진에 "외질의 행동은 완전히 애국적이며 절대적으로 칭송받아 마땅하다"고 말했다고 관영 아나돌루통신이 전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간밤에 메주트와 통화를 했다"고 공개하고, "그의 눈에 입맞춤을 보낸다"고 했다.
터키어로 '눈에 입맞춘다'는 표현은 친구나 연인에게 애정을 드러낸다는 뜻이다.
그는 이어 "독일 국가대표팀에 크게 기여한 청년을 향한 이런 인종주의와 이슬람혐오를 용납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외질을 둘러싼 논란을 촉발한 장본인이다.
터키계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외질은 올해 5월 같은 독일 대표팀의 터키계 선수 일카이 귄도안과 함께 런던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을 만나 프리미어리그 소속팀 유니폼을 선물하고 기념촬영을 했다.
특히 귄도안은 유니폼에 '나의 대통령에게 존경을 담아'라는 문구까지 썼다.
당시는 터키가 제왕적 대통령제로 전환하는 선거를 한 달 남긴 민감한 시기였다.
터키 내 에르도안 지지와 반대 여론이 거의 50대 50으로 나뉘는 상황에서 수백만 표에 이르는 재외국민은 선거에서 에르도안 대통령 승리의 결정적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질은 사진촬영이 단순히 예의를 나타낸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터키 대통령실은 이 사진을 언론에 정식으로 배포, 정치적으로 활용했다.
외질과 귄도안의 행동은 독일에서 큰 논란을 불렀다.
독일이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는 최악의 성적을 내자 외질에 대한 비판 여론이 형성됐다.
결국 외질은 "팀이 승리할 때 나는 독일인이지만 지면 이민자가 된다"는 글을 올리고 인종주의 논란을 일으키며 국가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다.
터키 여론은 외질을 응원하며 독일을 비난했다.
이을드름 데미뢰렌 터키축구협회(TFF) 회장은 22일 외질과 가족을 전적으로 지지한다는 성명을 냈다.
데미뢰렌 회장은 또 "외질이 뿌리 때문에 받은 (부당한) 대우와 위협, 모욕적 언사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외질 부모의 출신지 종굴다크주(州) 데브레크시(市)는 외질의 이름을 딴 도로명 표지판에 들어간 독일 국가대표팀 유니폼 차림의 외질 사진을 에르도안 대통령과 찍은 것으로 교체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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