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트럼프 제안 '진짜 협상' 받을까

입력 2018-07-25 17:34  

이란, 트럼프 제안 '진짜 협상' 받을까
심각한 경제난 속 주화파 대두 vs 군부·보수 종교세력 주전론 우세
미국과 극적 대화 나선 북한과는 국내외 조건 달라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이란에 대한 적대적 제재로 최대 압박 전략을 구사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 대화할 수 있다는 뜻을 거듭 내비치면서 미국과 이란의 관계 변화를 놓고 전망이 분분하다.
그의 제안에 이란이 극적으로 응할 수 있다는 예측이 조심스럽게 나오기 시작했다.
미국이 초강력 대이란 제재를 예고했고, 이란이 당면한 심각한 경제난을 고려해 이란 정부가 북한처럼 미국과 협상에 나서리라는 것이다.
이런 반전을 기대하는 이란 내부의 이른바 '주화파'는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의 사례를 든다.
아야톨라 호메이니는 끝까지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정권과 싸우기를 원했으나 국민의 삶이 점점 피폐해지자 결국 종전 협상 테이블에 나섰다는 게 이란 내부의 해석이다.
이런 아야톨라 호메이니의 결심을 두고 이란에선 '독이 든 잔을 마셨다'고 표현한다.
적성국 미국과 협상 테이블에 앉는 그 자체가 이란의 최고지도자로서는 독을 마시는 승부수이자 고통스러운 결정이라는 뜻이다. 이란은 친미·친서방 왕정을 폐위한 1979년 이슬람 혁명의 정신을 국시로 지키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미국과 극한 대치로 치닫는 위기에서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불 보듯 뻔한 경제난을 피하고자 결국엔 독배를 마시는 결단을 할 수 있다는 게 주화파의 희망 섞인 관측이다.
미국의 제재로 민생이 파탄 지경이 되면 정권의 안정성도 흔들리게 되는 만큼 미국과 협상만이 경제난의 돌파구가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로선 이란의 내외 상황을 종합할 때 북한과 달리 미국의 압박에 굴하지 않고 대화에도 응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북한은 젊고 새로운 지도자(김정은 국무위원장)가 정상 국가로 변화를 추진한다고 볼 수 있는 반면 이란은 지난 30년간 정치·경제적 기득권을 구축한 노회한 최고지도자가 권력의 정점이다.
양측 모두 반미 노선으로 정권의 정당성을 유지했지만 최고권력자의 입지를 고려하면 이란은 이런 기존의 핵심 노선을 변경할 수 있는 유연성이나 명분이 현저하게 북한보다 적다.
이란이 북한보다 권력구조와 핵심 기득권의 이해관계가 상당히 복잡한 점도 많은 전문가가 무게를 싣는 '주전론'의 근거다.
미국과 협상은 최고지도자가 결심해야 하는 데 그럴 경우 강경 반미 보수파인 이란 군부와 종교 세력의 반대와 비판에 부딪히게 된다는 것이다.
극단적인 반이란 전문가들은 최고지도자가 미국과 재협상을 승인하는 즉시 권력 핵심부에서 '내전' 수준의 물리적 충돌이 일어나게 될 것으로 내다보기도 한다.
이란을 둘러싼 외부 사정도 북한과 다르다.
북한은 중재자로 나선 한국을 비롯해 중국, 러시아, 일본이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한반도의 비핵화와 북미·남북 회담, 평화적 프로세스를 지지하는 온난한 분위기다.
반면 이란 주변의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은 이란이 되도록 미국과 관계가 악화하길 바란다.
이들은 미국의 중동 정책에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무기를 대량으로 사들이는 맹방이기도 해 미국이 설사 이란과 대화하려고 해도 발목을 잡을 수 있다.
게다가 이란은 중동 최대의 난제인 시리아와 예멘 내전, 이라크의 정정 불안, 팔레스타인 분쟁에 깊이 관여했다.
버락 오바마 정부는 이란의 핵활동에만 한정해 핵협상을 성사했지만, 트럼프 정부는 이란과 엮인 이런 중동의 당면 현안을 이란의 일방적인 양보를 받아내 한꺼번에 해결하려 한다.
그만큼 이란과 대화 가능성이 작다는 뜻이다.
미국이 이란에 제안한 재협상의 조건도 이란 입장에선 매우 가혹하다.
미국은 시리아, 예멘, 레바논 등에 대한 개입 중단과 탄도미사일 개발 중단과 관련한 시설 사찰 등 사실상 이란에 백기 투항을 요구했다.
북한에는 비핵화의 반대급부로 체제를 보장하겠다고 했으나, 이란에 대해선 내부 민중 봉기를 촉구하는 등 오히려 정권 교체라는 최종 목표를 선명하게 드러냈다.
이란 내 반정부 여론에 대한 이러한 미국의 '응원'은 외세의 불순한 개입으로 인식돼 오히려 역효과를 낸다. 이란에서 '친미주의'라는 낙인은 여전히 일반 대중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탓이다
hska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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