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도 만성폭염' UAE선 여름철 한낮 야외노동 강제 금지
여름 석달간 낮 12시30분∼3시 야외작업 금지 의무화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걸프 지역에 있는 아랍에미리트(UAE)는 여름철이 되면 말 그대로 '열사의 땅'이다.
6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여름이 되면 낮 최고기온이 섭씨 50도를 넘나드는 데다 아부다비, 두바이, 샤르자 등 주요 도시가 해안에 형성된 탓에 습도도 보통 80%를 웃돌아 매우 무덥다.
고온 건조한 사막기후인 다른 중동 지역과는 기후가 전혀 다르다고 할 수 있다.
UAE는 이처럼 열악한 기후 속에서 부동산 사업을 근간으로 경제 개발을 추진하면서 2000년대 초 건설현장이 급증하자 다른 중동 국가보다 야외 노동자에 대한 법령을 먼저 마련해 시행했다.
그 가운데 엄격하게 지켜지는 법령 중 하나가 2007년 도입되고, 2010년부터 의무화한 '하계 노동시간 제한 시행령'이다.
이 시행령은 온도가 높은 6월 15일∼9월 15일까지 석 달간 오후 12시 30분∼3시까지 2시간 반 동안은 야외노동을 금지하는 내용이다.
이 쉬는 시간은 무급이며, 건설현장의 정규 일과가 끝나는 오후 4시 이후 같은 시간만큼 일한다. UAE 건설현장의 노동자는 대부분 네팔, 방글라데시, 인도, 파키스탄, 북아프리카 출신으로, 전문기술이 없는 단순 노동자는 300달러 안팎의 월급을 받는다.
아부다비 법무법인 알타미미에 따르면 2007년 이를 시범 시행해보니 전년보다 건설현장에서 7∼8월 폭염으로 인한 인명피해가 절반으로 줄어드는 효과를 봤다.
건설사는 이 휴식 시간에 노동자가 쉴 수 있도록 그늘 시설과 물, 명확한 노동 시간표를 아랍어와 노동자들이 사용하는 언어로 제공해야 한다.
콘크리트 타설과 같은 연속성이 필요한 야외노동, 긴급 보수 작업은 관계 당국에서 예외 승인을 받을 수 있다. 이 때에도 차가운 물과 소금, 레몬, 에어컨이 설치된 실내 휴식처를 제공해야 한다.
위반하는 건설사엔 노동자 1명에 5천 디르함(약 150만원), 사업체에 대한 과태료 최대 5만디르함(약 1천500만원)이 부과된다.
또 위반 횟수에 따라 최장 1년간 UAE에서 신규 입찰에 참여할 수 없고 영업 허가도 중단된다. 위반하다 적발된 건설사는 언론에 명단이 공개된다.
제도 시행 초기엔 위반한 업체가 매년 수십 곳씩 적발됐으나 정부의 감독이 엄격해지면서 현재는 어느 정도 정착됐다고 평가받는다.
이는 노동 환경 뿐 아니라 인권 문제와도 관련돼 고용주도 상당히 중요하게 여기는 법령 가운데 하나다.
hska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여름 석달간 낮 12시30분∼3시 야외작업 금지 의무화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걸프 지역에 있는 아랍에미리트(UAE)는 여름철이 되면 말 그대로 '열사의 땅'이다.
6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여름이 되면 낮 최고기온이 섭씨 50도를 넘나드는 데다 아부다비, 두바이, 샤르자 등 주요 도시가 해안에 형성된 탓에 습도도 보통 80%를 웃돌아 매우 무덥다.
고온 건조한 사막기후인 다른 중동 지역과는 기후가 전혀 다르다고 할 수 있다.
UAE는 이처럼 열악한 기후 속에서 부동산 사업을 근간으로 경제 개발을 추진하면서 2000년대 초 건설현장이 급증하자 다른 중동 국가보다 야외 노동자에 대한 법령을 먼저 마련해 시행했다.
그 가운데 엄격하게 지켜지는 법령 중 하나가 2007년 도입되고, 2010년부터 의무화한 '하계 노동시간 제한 시행령'이다.
이 시행령은 온도가 높은 6월 15일∼9월 15일까지 석 달간 오후 12시 30분∼3시까지 2시간 반 동안은 야외노동을 금지하는 내용이다.
이 쉬는 시간은 무급이며, 건설현장의 정규 일과가 끝나는 오후 4시 이후 같은 시간만큼 일한다. UAE 건설현장의 노동자는 대부분 네팔, 방글라데시, 인도, 파키스탄, 북아프리카 출신으로, 전문기술이 없는 단순 노동자는 300달러 안팎의 월급을 받는다.
아부다비 법무법인 알타미미에 따르면 2007년 이를 시범 시행해보니 전년보다 건설현장에서 7∼8월 폭염으로 인한 인명피해가 절반으로 줄어드는 효과를 봤다.
건설사는 이 휴식 시간에 노동자가 쉴 수 있도록 그늘 시설과 물, 명확한 노동 시간표를 아랍어와 노동자들이 사용하는 언어로 제공해야 한다.
콘크리트 타설과 같은 연속성이 필요한 야외노동, 긴급 보수 작업은 관계 당국에서 예외 승인을 받을 수 있다. 이 때에도 차가운 물과 소금, 레몬, 에어컨이 설치된 실내 휴식처를 제공해야 한다.
위반하는 건설사엔 노동자 1명에 5천 디르함(약 150만원), 사업체에 대한 과태료 최대 5만디르함(약 1천500만원)이 부과된다.
또 위반 횟수에 따라 최장 1년간 UAE에서 신규 입찰에 참여할 수 없고 영업 허가도 중단된다. 위반하다 적발된 건설사는 언론에 명단이 공개된다.
제도 시행 초기엔 위반한 업체가 매년 수십 곳씩 적발됐으나 정부의 감독이 엄격해지면서 현재는 어느 정도 정착됐다고 평가받는다.
이는 노동 환경 뿐 아니라 인권 문제와도 관련돼 고용주도 상당히 중요하게 여기는 법령 가운데 하나다.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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