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반부패 사정, '고문·협박' 등 비인간적 수단 사용돼"

입력 2018-07-25 19:54  

"중국 반부패 사정, '고문·협박' 등 비인간적 수단 사용돼"
일방적으로 구금한 후 변호인 접견조차 보장하지 않아
SCMP "수사 합법성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 나와"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집권 후 대대적으로 펼친 반부패 사정 과정에서 고문과 협박 등 비인간적 수단이 사용된 사례가 적지 않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5일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시 주석이 2012년 말 집권한 후 처벌을 받은 부패 관료는 150만 명 이상에 달하며, 이러한 반부패 사정은 시 주석의 최대 치적으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반부패 사정 과정에서 고문과 협박에 못 이겨 부패 혐의를 인정하는 거짓 자백을 한 사례도 적지 않다고 SCMP는 전했다.
가장 큰 인권 침해 문제로 꼽히는 것은 중국 사정 당국이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는 '쌍규'(雙規) 관행이다.
쌍규는 중국 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가 비리 혐의 당원을 연행해 구금 상태로 조사하는 관행이다. 영장 심사나 구금 기간 제한 등이 보장되지 않아 인권 침해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올해 3월 기존 사정 기구를 통합해 출범한 국가감찰위원회는 쌍규 대신 '유치'(留置) 제도를 마련해 인권 상황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이 제도는 구금 기간이 3개월을 초과할 수 없고, 특수 상황에서 상급기관의 승인을 받아 한차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쌍규와 마찬가지로 유치 조치를 당하는 피의자도 변호인 접견권이 보장되지 않아 인권 침해 논란은 여전히 제기된다.
실제로 중국 푸젠(福建) 성 난핑(南平) 시 정부에서 운전기사로 일했던 천융은 지난 5월 시 간부였던 린치앙의 기율 위반 혐의와 관련해 구금돼 조사를 받다가 갑작스럽게 의식을 잃고 쓰러진 후 사망했다.
천 씨의 누나는 "동생의 얼굴이 흉하게 망가져 있었고, 뺨과 허리에 멍이 들어 있었다"며 "동생은 고혈압으로 약을 먹고 위가 좋지 않았으나, 다른 질병은 없었다"고 말했다.




중국 허난(河南) 성의 고위 관료였다가 2010년 부패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고 칭청 교도소에 수감된 쑨산위는 "수사관들이 내 집과 계좌를 뒤졌지만 아무런 돈을 발견하지 못했다"며 "친구와 동료들은 고문과 협박에 못 이겨 허위 자백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쑨산위의 아내가 뇌물을 받았다고 증언했던 한 사업가는 "그들은 나를 고문했고, 잠도 못 자게 했다"며 "그들이 원하는 대로 진술할 수밖에 없었지만, 기회가 주어진다면 다시 증언하고 싶다"고 말했다.
쑨산위는 자신에 대한 수사가 불법적으로 이뤄졌다며 당국에 재심을 청구한 상태다.
쑨산위의 지인들은 그가 중국 최고 지도부인 7인의 공산당 상무위원 중 한 명이었던 당 원로의 청탁을 거절했다가 미운털이 박혔다고 주장했다. 이 원로의 친척은 국유 광산을 불하받길 원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안후이(安徽) 성의 고위 관료였다가 부패 혐의로 투옥된 천롄강은 "그들은 내 방 바로 옆에 아내를 가뒀는데, 날마다 아내의 비명이 들렸다"며 "석방된 후에 아내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척추 손상, 신장 질환 등의 진단을 받았다"고 말했다.
베이징의 변호사인 장옌성은 "중국의 법 집행은 항상 정치와 관련된다"며 "지도자를 모욕했다는 이유로 투옥되기도 하고, 파벌 싸움에 얽히거나 정적 제거의 희생양이 돼 감옥에 갇히기도 한다"고 말했다.
법률 전문가들은 중국 재판의 유죄 판결 비율이 무려 99.9%에 달할 정도로 수사 당국에 일방적으로 치우친 시스템이라며, 이러한 제도를 개선해 피의자 인권을 개선하고 수사 공정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ssah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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