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란 칸 PTI, 272석 중 119석 확보"…총선 승리 선언, 연정 불가피 전망
기술적 문제로 개표 지연…여당 "부정 투표" vs 선관위 "외부 압력 없다"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파키스탄 총선에서 제2야당이 예상을 깨고 압승을 거두는 대이변이 일어났다.
제2야당 테흐리크-에-인사프(PTI)를 이끄는 크리켓 스타 출신인 임란 칸(66) 총재는 26일 오후(현지시간) 현지 PTV 등 TV 연설을 통해 전날 실시된 총선에서 승리했다고 선언했다.
칸 총재는 연설에서 '새로운 파키스탄'을 약속하며 "새 정부는 정치적 희생을 수반하지 않는 첫 정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그는 "신께 감사드리며, 우리는 이겼고 또 성공적이었다"고 덧붙였다.
공식 최종 개표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은 가운데 파키스탄 현지 언론은 PTI가 여당과 제1야당을 누르고 119석가량을 차지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파키스탄 연방하원 의석은 총 342석으로 이 가운데 70석은 여성 및 소수종교에 할당된다.
PTI는 272석 중 119석가량을 확보하게 된 것이다.
이번 총선에서는 지역 사정으로 연기된 2석을 뺀 270석에 대한 선거가 치러졌다.
과반에는 못 미쳤지만 2013년 총선에서 28석(여성 등 할당분 제외)을 차지한 PTI로서는 의석수를 4배가량 늘린 셈이다.
여당인 파키스탄 무슬림연맹(PML-N)과 제1야당인 파키스탄인민당(PPP)은 각각 61석과 40석으로 그 뒤를 차례로 이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수십 년간 파키스탄 정치권을 양분했던 PML-N, PPP를 제치고 칸이 1996년 만든 PTI가 반부패 메시지를 앞세워 대이변을 일으킨 형국이다.
현지에서는 불과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PML-N의 승리가 예상됐다.
하지만 PTI는 중산층과 젊은층 등 지지세력을 급속하게 결집하며 최근 여론조사에서 근소하게 선두로 치고 나섰다.
선거 직전까지도 현지 언론은 PTI와 PML-N이 박빙의 승부를 펼칠 것으로 내다봤지만, 예상을 완전히 뒤집고 PTI가 낙승을 거뒀다.
PTI는 대변인인 파와드 차우드리가 개표가 끝나기도 전에 트위터에 '파키스탄의 새로운 총리 임란 칸'을 언급하는 등 일찌감치 총선 결과를 즐겼다.
PTI 지지자들은 초반 개표 결과가 공개되자 거리로 뛰쳐 나와 환호했다.
애초 개표 윤곽은 26일 오전 2시께 나올 것으로 알려졌으나 최종 집계가 많이 늦어졌다.
파키스탄선거관리위원회는 "기술적인 문제로 최종 개표 발표가 지연됐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PML-N 측은 군부가 개표 감시 요원을 내쫓는 등 부정선거가 자행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셰바즈 샤리프 PML-N 총재는 "오늘 그들이 저지른 일은 파키스탄을 30년 뒤로 후퇴시켰다"며 "우리는 선거 결과를 거부한다"고 밝혔다.
셰바즈 샤리프 총재는 지난 7월까지 3차례 총리를 역임한 나와즈 샤리프 전 총리의 동생이다.
나와즈 전 총리는 해외자산 은닉 등의 혐의로 징역 10년형을 선고받고 수감된 상태다.
이에 선관위는 "(개표 지연에는) 어떤 음모나 외부 압력도 없다"며 "개표는 100%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됐다"고 반박했다.
칸 총재는 크리켓 국가대표로 이름을 날린 스포츠 스타 출신이다. 1992년에는 파키스탄을 크리켓 월드컵에서 우승시키며 국민적 영웅이 됐다.
그는 스포츠계에서 은퇴한 뒤 1996년 정계에 진출했다.
정치 초년 시절에는 입지가 약해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강력한 카리스마와 반부패 등 차별화된 이미지를 앞세워 2010년대 들어 주목받는 정치인으로 급성장했다.
PTI는 2013년 총선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제2야당으로 도약했고, 이번 총선에서는 마침내 제1당으로 부상했다.
다만, PTI는 과반의석을 확보하지 못함에 따라 무소속이나 소수정당과 손잡고 연정을 구성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파키스탄은 1947년 독립 후 군부와 민간 정부가 팽팽한 견제 속에 정권을 주고 받아왔다. 전체 통치 기간 중 절반가량을 군부가 장악했다.
2008년 이후에는 문민정부가 2기 연속 5년 임기를 마쳤다.
이번 총선에서도 문민정부가 들어서게 됨에 따라 파키스탄에서는 2013년에 이어 두 번 연속으로 선거를 통한 민주적 정권 이양이 이뤄지게 됐다.
한편, 이번 총선은 대형 테러 때문에 정치적으로 불안한 분위기 속에서 치러졌다.
투표 당일인 이날 오후 발루치스탄주(州) 주도 퀘타의 총선 투표소에서 자살 폭탄 테러가 발생해 31명이 숨지고 수십 명이 다쳤다.
퀘타 인근에서는 지난 13일에도 선거 유세 도중 자폭 테러가 일어나 150여명이 사망한 바 있다.
앞서 지난 10일에도 페샤와르에서 유세현장을 노린 폭탄 공격으로 22명이 숨졌다.
다만 이같은 테러 위협에도 여성 유권자들이 과거보다 투표소에 많이 몰렸다고 현지 일간 돈(DAWN)은 전했다.
선거관리위원회가 여성 투표율 10% 미만인 선거구의 투표 결과를 무효화하겠다는 규정을 도입하면서 보수적인 지역에서도 여성들이 대거 투표장을 찾았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의사소통이 활발해진 것도 여성들이 선거에 더 관심을 갖게 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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