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이 첨예해지는 가운데 한때 중국 내에서 가장 많은 대두를 수입하던 식용유기업이 최근 파산을 신청했다.
26일 중국 관찰자망에 따르면 산둥(山東)성 지방법원은 최근 재정통지서를 통해 산둥 천시(晨曦)그룹이 만기 도래한 채무를 상환할 능력이 되지 않는다며 파산 구조조정안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법원은 최근 신청을 수리해 심결 중이다.
천시그룹의 파산 신청은 중국 당국의 금융리스크 관리 강화로 중국의 기업대출이 급격히 위축돼 시장 환경이 악화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미국산 대두에 대한 중국 당국의 관세 부과는 경영난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1999년 산둥 르자오(日照)시에 설립된 천시그룹은 석유화학, 식용유, 무역, 관광 사업을 영위하며 2016년 매출 432억 위안(7조1천억원)으로 이중 60%를 대두 등 무역으로 벌어들이고 있다.
대두 수입량으로 보면 중국내 3위 기업으로 2012년에는 총 551만t의 대두를 수입해 중국 수입총량의 9.4%를 차지하며 중국 최대의 대두 수입기업으로 부상하기도 했다.
중국의 500대 민영기업 중 26위를 차지하고 있는 천시그룹의 사오중이(邵仲毅·50) 회장은 지난해 130억 위안의 자산으로 중국 부호 순위에서 262위에 오른 바 있다.
대두 수입상인 천시그룹의 파산은 미중 무역전쟁과 연관돼 주목을 받고 있지만 천시그룹의 채무문제는 사실상 수년전부터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2015년 당시 전국인민대표대회 대표였던 사오 회장은 "은행들이 기업들의 피를 뽑아내고 있다"고 비난하며 기업들이 자금부족으로 사업규모를 줄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당시 천시그룹은 자금난으로 생산에 제약을 받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내에서 대두, 밀 등 농산물 가공업의 자금 수요가 원래 높은 편이고 현금 거래가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중국 시중은행들은 농산물 가공업의 수익이 낮고 리스크가 크다며 민영 업체에 대한 자금대출을 회피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은행이 대부분 국유기업을 배경으로 한 선두권 업체들에만 자금을 지원하면서 민영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는 경기성장 둔화와 함께 최근 심화된 무역갈등 여파 속에서 중국 기업들이 자금경색이 심각해지면서 채무불이행(디폴트)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과도 관련이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국 기업이 갚지 못한 공모채권은 이미 165억 위안(약 2조7천600억원) 규모로, 디폴트 규모가 사상 최대였던 2016년의 207억 위안(약 3조4천600억원)의 80% 수준에 육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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