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평등교육진흥원 모니터링…"성역할 고정관념 조장"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최근 영국의 TV 만화시리즈 '기차 토마스'는 어린이들에게 무의식적으로 남성중심 사고를 심어준다는 판단에 따라 70년 동안 유지했던 남성 주인공 캐릭터에 변화를 줬다. 여성캐릭터 기차들을 함께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호응을 얻었다.
그러나 국내 어린이프로그램 다수는 여전히 성차별적 내용을 다수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자를 만난다는 것은 말타기랑 똑같아. 말에서 떨어지면 바로 다시 올라타야 하는 거야. 다른 말에. 그리고 바다에 넘치는 것이 물고기야. 물 반 물고기 반."
한 어린이프로그램에서 두 주인공이 나눈 대화다. 여성을 소유물로 인식하거나 성희롱이 우려되는 부적절한 발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또 다른 프로그램은 아이돌 스타를 꿈꾸는 여성캐릭터들의 학교생활을 다루며 짧은 교복 치마를 입고 특정 신체 부위를 부각하는 자세를 취하는 장면 등으로 여성을 성적 대상화했다.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은 서울YWCA와 함께 지난달 1~7일 온라인 플랫폼에 게시된 어린이프로그램 112개를 모니터링한 결과, 기존의 획일화된 여성 이미지를 강화하는 내용의 프로그램이 계속 유통되고 있다고 26일 밝혔다.
등장인물 성비와 성별 역할을 분석한 결과, 주로 남성이 주요 인물로 등장했다.
전체 등장인물은 남성이 56.5%(588명)로 많았고 여성 31.9%(332명), 기타 11.6%(121명) 등이었다.
주인공 역할 또한 남성 57.9%(198명), 여성 31.6%(108명), 기타 10.5%(36명)로 남성이 여성보다 2배 가까이 많았다.
성차별적 내용(54건)은 성평등적 내용(10건)보다 약 5배가량 많았으며, 주로 성역할 고정관념을 조장하거나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기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어린이프로그램임에도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거나 여성에 대한 부정적 관념을 강화하는 내용이 포함된 경우도 있었다.
양평원 관계자는 "정보를 비판적으로 수용하기 어려운 어린이들은 왜곡된 고정관념을 답습할 위험이 크다"며 "어린이프로그램에 대한 성찰과 변화를 위한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양평원은 이번 모니터링에서 발견된 성차별적 내용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심의개선을 요청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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