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북 페어 퇴출 수모도…문화예술계 거센 반발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일본의 저명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기사단장 죽이기'가 홍콩에서 '저속물'로 판정을 받아 논란이 일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6일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홍콩 음란물 심의위원회가 지난 10일 하루키의 '기사단장 죽이기'에 저속물 등급을 부과하자 문화예술계를 중심으로 거센 반발이 일었다. 또 이번 등급 판정에 이에 반대하는 온라인 청원에는 2천100명 이상이 서명했다.
최근 홍콩에서 중국어 번역판으로 출간된 이 작품은 저속물 등급 판정으로 인해 지난주 열린 홍콩 북 페어에서 퇴출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저속물 판정을 받은 책은 서점 판매가 허용되기는 하지만, 비닐 포장 상태로 진열돼야 하고, 18세 이하에는 부적절하다는 경고문도 부착된다.
이를 어기면 40만 홍콩달러(약 5천700만 원)의 벌금과 12개월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
홍콩 문화예술계는 "당국의 이번 결정은 홍콩의 문화적 자유와 개방성을 훼손하는 것으로, 심의 제도의 문제점을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저속물은 홍콩 심의 기준의 2등급에 해당한다.
1등급은 음란한 내용 등이 없는 것을 말하고, 2등급은 폭력적이거나 혐오스러운 내용을 포함한 저속물을 일컫는다. 3등급은 '음란물'로, 이 등급을 받으면 출판이나 소지가 금지된다.
'기사단장 죽이기'는 아내에게 갑자기 이별을 통보받은 초상화 화가가 불가사의한 일에 휩쓸리면서 마음의 상처를 극복하려는 내용을 담았다.
난징(南京)대학살 등 과거사와 관련된 내용이 포함돼 일본 내에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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