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시절 "시민과 직접 소통" 약속…"최저임금 여론 듣는 자리"
청년구직자·경비원·경단녀·편의점주·분식집주인과 1시간 대화
(서울=연합뉴스) 이상헌 임형섭 박경준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저녁 광화문 인근 한 호프집을 '깜짝 방문'해 국민과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다.
문 대통령이 취임 후 다중시설을 찾아 현안을 가지고 시민들과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눈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대통령 집무실을 광화문으로 옮긴다는 '광화문 대통령' 시대에 맞춰 퇴근길 국민을 직접 만나 민심을 듣겠다던 대선후보 시절 약속의 연장선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대선 후보 당시 각종 토론회와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되면 퇴근하면서 남대문시장에 들러 시민과 소주 한잔 하며 세상사는 얘기를 나누고 시국도 논의하고 소통하겠다"고 수차례 밝혔다.
문 대통령은 작년 10월 26일 지방자치의 날 기념식과 시도지사 간담회 참석을 위해 전남 여수를 찾았다가 행사를 마친 뒤 작년 초 큰 화재피해를 본 여수 수산시장을 참모들과 함께 찾아 상인들을 격려하고 식사한 적이 있다.
하지만 이날 자리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노동계 역시 더 높은 인상률을 요구하며 불만을 표출해 사회적 갈등 양상을 보이는 상황에서 국민의 생생한 목소리를 여과 없이 듣겠다는 취지에서 마련됐다는 점에서 지난 재래시장 방문과는 의미가 다르다. 게다가 문 대통령도 퇴근 뒤 시민들을 만나기 위해 사람들이 북적이는 장소를 찾았다는 의미가 있다.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재임 당시 서울 길음시장을 찾아 상인들과 소주 한잔을 들며 애로사항을 들은 적이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농수산물도매시장을 찾아 추석 전 물가를 점검하며 현장에서 즉석 회의를 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재래시장에서 물건을 사기도 했다.
'퇴근길 국민과의 대화'라는 명칭으로 오후 7시부터 1시간 동안 진행된 대화에는 청년과 경력단절여성 등 구직자, 아파트 경비원, 분식점과 편의점 업주 및 도시락 업체 대표를 비롯한 자영업자, 인근 직장인 등 30여명이 참석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최저임금 인상 등 경제현안과 관련해 구직자와 자영업자·소상공인·중소기업 등 경제주체의 현장 목소리를 듣겠다는 취지"라며 "대통령이 경제·시장 상황에 대한 목소리를 듣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참석 시민들은 당초 최저임금 인상 이슈와 관련한 애로사항을 청취하겠다며 중소벤처기업부와 대화를 나누기 위한 행사라는 취지로 선정됐으나, 청와대는 행사 시작 10분 전 대통령이 직접 참석한다는 사실을 깜짝 공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참석 시민 중 청년 구직자는 현재 인턴 구직활동 중이고, 경력단절여성은 외국계 회사에 다니다 출산·육아로 퇴사한 지 10년 만에 재취업을 희망하는 시민이다.
10년째 아파트 경비원으로 일하는 시민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임금이 20만원 가량 올랐지만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까 불안해하고 있고, 중소기업 대표는 서울형 강소기업에도 선정된 바 있는 우수 중소기업 사장이다.
편의점주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아르바이트생 급여를 지급하고 있지만 가맹점의 자구 노력에 앞서 본사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며, 도시락 업체 대표는 근로시간 단축으로 저녁 매출이 급감했다는 애로사항을 전했다.
요식업 운영 시민은 근로시간 단축과 최저임금 인상으로 직원 고용 시간을 단축했다며 직원 5인 미만 사업장은 이들 원칙에서 제외할 필요성을 주문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각자 현장에서 느끼는 여러 사연이 있는 분들을 만나기에 생생한 목소리가 여과 없이 전달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사전에 섭외된 이들과의 대화가 끝난 뒤에도 일정 시간 남아서 무작위로 입장하는 일반 직장인 등과도 대화할 예정이다.
문 대통령, 퇴근길 광화문 호프집 '깜짝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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