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년보다 3∼4도 높은 고수온에 지난 24일 적조 주의보 발령
(전국종합=연합뉴스) 연이은 폭염 속에 바다의 수온이 올라가고 적조특보까지 내려져 남해안의 주요 양식장에 비상이 걸렸다.
이미 전남지역 양식장에서 물고기 폐사 피해가 발생하기 시작한 데다 적조띠가 확산하고 있어 관계기관은 피해 예방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 "적조 피해를 막아라" 남해안 지자체 방제에 안간힘
전남 함평군의 한 해상 가두리 양식장에서는 폐사 피해가 발생한 이후 지난 25일까지 집계된 피해 규모는 6만5천마리로 늘었다.
전남도는 원인 조사를 벌이는 한편 양식장 주변에 해양 환경 정화선을 비롯해 방제선과 어선을 배치해 황토 살포 등 방제작업을 벌이고 있다.
지난 25일 여수시 남면 화태도 앞 해상에는 해양환경 정화선 2척 등 모두 8척의 배를 동원해 황토 100t을 살포했다.
도는 적조 방제를 위해 황토 7만4천t, 공공 방제장비 15대, 산소 발생기 등 개인 장비 4천544대를 확보했다.
도는 또 적조 방제 사업비 11억원, 적조 피해 예방 가두리 현대화 시설 지원비 59억원을 시·군에 배정했다.
총력 대응체제에 돌입한 경남도는 지난 17일부터 가동한 상황실이 주도해 양식장 피해 최소화 대책을 강화하고 있다.
도는 29개 해역에 걸쳐 39명의 어장별 책임구역 담당 공무원을 정해 수온 예찰과 공급 사료 줄이기 등 폐사를 줄일 방안 등을 밀착 지도하고 있다.
튼튼한 어류 만들기를 위한 면역증강제 1만2천㎏과 산소 발생기 등 현장 맞춤형 대응장비 17대를 추가 보급했다.
양식수산물재해보험 가입도 계속 권고하고 있다.
고수온 폐사가 발생할 것에 대비해 폐사체 매몰지 6곳, 12만3천㎡도 확보했다.
적조 대응을 위해서는 가두리 안전해역을 10곳, 120㏊로 확대 지정해 적조 확산 시 양식장을 안전해역으로 옮기는 계획도 세웠다.
황토 7만t과 전해수 황토 살포기·중형황토살포기 등 공공용 방제장비 18대, 민간 방제장비 686대, 횡포 살포 임차선박 120억원은 이미 확보한 상태다.
도는 적조 초기에는 전남권 지자체와 초동 공동방제작업을 하고 적조 확산 시 가두리를 안전해역으로 옮기거나 긴급 방류도 할 계획이다.
부산 기장군은 14개 육상양식장에서 넙치, 강도다리, 전복 등 120만마리를 키우고 있어 예찰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다행히 현재 기장 앞바다에는 냉수대 영향으로 수온이 21∼23도를 유지하고 있고 고수온 상태가 아니어서 폐사 피해는 발생하지 않고 있다.
기장군은 만약에 대비해 액화산소와 산소 공급기를 양식장에 지원하고 어패류 폐사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도록 보험 가입도 지원하고 있다.
◇ '펄펄 끓는 바다' 평년보다 3∼4도 높은 고수온
국립수산과학원의 관측자료를 보면 지난 25일 기준 남해안의 수온은 대부분이 26∼28도다.
경남 통영 곤리도 27.7도, 전남 여수 신월 27.6도, 고흥 나로도 27.4도, 장흥 회진 28.2도, 완도 군외 28.0도, 완도 신지 27.4도 등이다.
전남의 서해안도 영광 낙월 27.5도, 신안 압해 26.8도, 해남 화산 27.9도 등이다.
이는 평년 수온과 비교하면 대부분 3∼4도 높은 수준이다.
제주 연안은 26.2∼26.7도 수준인데 평년보다 3.7도 상승한 것이다.
바다의 수온변화 1도는 육상의 10도와 맞먹는 것을 고려하면 남해안 일대 바다가 펄펄 끓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지난 24일 고수온 주의보를 내렸는데 이후 수온변화는 비슷한 상태를 유지하거나 상승 추세로 이어지고 있다.
전남 완도 내만은 27~28도를 넘은 곳이 있어 지난 25일 오후 4시를 기해 고수온 주의보가 신규로 발령됐다.
천수만도 지난 25일 오후부터 수온이 급속히 오르고 있어 곧 고수온 주의보가 발령될 예정이다. 천수만 안쪽은 28도에 거의 도달했고 바깥쪽은 25∼26도 수준이다.
국립수산과학원 기후변화연구과 한인성 연구사는 "당분간 강우 등이 없어 장기간 고수온이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며 "태풍도 일본 쪽으로 비껴갈 것으로 보여 강우나 태풍의 영향도 없어 적어도 8월 중순까지 현 상태를 유지하거나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고수온에 설상가상…지난 24일 올해 첫 적조특보 발령
국립수산과학원은 지난 24일 오전 10시를 기해 전남 고흥군~경남 남해군 해역에 올해 첫 적조 주의보를 발령했다.
적조 주의보는 원인생물인 코클로디니움이 ㎖당 100개체 이상일 때 내려진다.
<YNAPHOTO path='AKR20180726111900051_02_i.jpg' id='AKR20180726111900051_0201' title='적조특보 발령 해역도' caption='[국립수산과학원 제공=연합뉴스]'/>
수산과학원 조사 결과 전남 여수시 개도∼돌산도와 경남 남해군 남서 측 해역에서 코클로디니움 개체 수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고, 작은 적조 덩어리가 산발적으로 발견됐다.
당시 이 해역의 코클로디니움 밀도는 최고 ㎖당 761개체에 이르렀다. 적조 주의보 발령 기준의 7배 이상이다.
코클로디니움은 식물성 플랑크톤의 일종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여름철에 적조를 일으키며 어류의 아가미에 부착해 호흡곤란을 일으킨다.
올해는 이른 장마 소멸 후 급격한 일조량 증가에 따른 수온상승으로, 경쟁생물인 규조류의 급격한 감소로 적조생물 증가에 적합한 환경이 조성돼 예년보다 일찍 적조 주의보가 발령됐다.
역대 첫 적조 주의보 발령일을 보면 2012년 7월 27일, 2013년 7월 17일, 2014년 7월 31일, 2015년 8월 5일, 2016년은 8월 17일이었다.
지난해는 대마난류 세력이 워낙 강해서 우리 연안으로 접근하지 않고 대한해협 쪽으로 빠져나가 적조가 발생하지 않았다.
국립수산과학원 기후변화연구과 임월애 박사는 "아직은 적조 밀도가 최대 700개체로 높은 수준은 아니다"면서도 "우리 연안에서 발생한 것이라 크게 번질 것 같지는 않지만 대마난류 등 많은 변수가 있어 속단하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임 박사는 "대마난류가 연안으로 접근하면 동남아 쪽에서 대량의 코클로디니움이 유입해 적조가 크게 확산할 수 있다"며 "올해는 대마난류 흐름이 우리 연안 쪽으로 다가오는 예년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해양수산부는 적조 주의보 발령에 따라 적조 상황실을 가동하고 대응 상황을 종합적으로 점검하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적조 발생해역 주변 양식장에서는 먹이 공급을 중단하고 산소 발생기를 가동하는 등의 피해 예방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국내 적조 피해는 1981년 남해안에서 최초로 발생했다.
피해 규모는 1995년 764억원, 2013년 247억원, 2003년 215억원, 2001년 84억원, 2014년 74억원, 2015년 53억원 등으로 홀수해에 대체로 피해가 집중되는 양상을 보였다.
(김재홍 손상원 황봉규 이영희 조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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