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윤보람 기자 = 현대자동차[005380]가 올해 상반기 판매 회복세에도 비우호적인 환율 환경과 고정비 증가로 매출과 수익성이 1년 전보다 일제히 악화했다.
하반기에도 미중 무역전쟁과 미국의 수입차 관세부과 움직임 등 대외 악재가 여전한 가운데, 현대차는 스포츠유틸리티차(SUV)를 중심으로 다양한 신차를 공격적으로 출시해 실적 개선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26일 현대차가 발표한 경영실적 자료에 따르면, 상반기 글로벌 판매량은 224만1천530대로 작년 동기 대비 4.5% 증가했다.
지역별로 보면 미국을 제외하고 모두 성장세를 보였다.
국내 판매량(35만4천여대)은 코나와 싼타페 등 신형 SUV의 판매 호조에 힘입어 1년 전보다 2.8% 증가했다.
중국 시장(38만여대)은 지난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여파에 따른 기저효과에 링동, 밍투 등 현지 전략차종의 판매 호조가 더해지면서 26.2% 늘었다.
유럽 권역(39만7천여대)과 아시아·중동·아프리카 신흥시장(51만5천여대) 판매 역시 각각 4.2%, 5.6% 확대됐다. 신흥시장의 경우 인도에서 베르나 신차 효과와 i20의 판매 호조가 뚜렷했다.
미주 권역(57만6천여대)은 미국 시장의 승용차 수요 부진 여파가 이어지면서 유일하게 3.3% 감소했다.
그러나 이러한 판매 회복세는 매출 확대나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달러화 대비 원화 강세 흐름이 이어진 데다 주요 신흥국 통화 약세 등이 부담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상반기 매출액은 47조1천484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1%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1조6천321억원으로 37.1% 줄었다.
최병철 현대차 재경본부장은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재고 안정화를 위한 국내와 미국의 공장 가동률 조정과 1분기 발생한 파업 영향에 따른 고정비 부담까지 겹치면서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하반기에도 대내외 경영 환경이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현대차에 따르면 상반기 글로벌 자동차 수요는 선진시장과 신흥시장의 고른 성장으로 작년 동기 대비 4%대 중반의 증가세를 보였다.
그러나 하반기에는 일부 신흥시장을 제외한 대부분 시장이 약세로 전환해 수요 증가율이 1년 전보다 소폭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는 글로벌 무역전쟁 확산 우려에 따른 신흥국 중심의 환율 변동성 확대와 노사협상, 추가적인 리콜 비용 발생 가능성 등이 하반기에 불확실성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과 함께 '빅2' 시장인 중국은 현지 금융규제 강화, 부동산 경기 하강 등으로 인해 경기가 둔화하면서 자동차 수요 위축, 업체 간 경쟁 심화 등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최 본부장은 "다양한 신차를 앞세워 판매 확대와 수익성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중장기적으로는 권역본부 자율경영체제를 통해 빠르게 변화하는 경영 환경에 적극적으로 대응해나가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현대차는 하반기 미국에서 신형 싼타페와 G70을 본격적으로 판매해 공장 가동률을 높이고 인센티브(딜러들에게 지급하는 판매 장려금)를 안정화할 계획이다.
중국에서는 쏘나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모델과 현지 전용 스포티 세단인 라페스타를 출시해 신규 차급에 진출하는 한편 투싼 개조차와 신형 싼타페를 투입하기로 했다.
최 본부장은 미국의 수입차 관세부과 가능성에 대해 "관세부과 시 차량 가격 상승분이 고객에게 전가되고 자동차 산업 전반에 걸쳐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라며 "정부 등 이해관계자와 함께 관세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면서 SUV 현지 생산 확대 등을 포함한 대응방안 수립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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