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울릉도 근해에서 150조 원대 보물을 실은 러시아 군함 `드미트리 돈스코이호'를 발견했다는 신일그룹이 26일 기자회견을 열었다. 최용석 신일그룹 대표는 회견에서 "금화 또는 금괴가 있는지, 양은 현재로선 파악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최 대표는 "돈스코이호의 본질은 금괴가 실린 보물선이 아니라 당시 동아시아를 둘러싼 열강 패권전쟁의 역사적 사료"라고 강조했다. 150조 원 보물선이라고 선전하면서 투자유치에 나섰던 그간 행보를 무색하게 했다. 그는 "150조 원 보물이라는 문구는 저희가 탐사를 계획하기 이전부터 사용됐던 것이어서 검증 없이 인용했다"며 "무책임한 인용에 국민께 사과를 올린다"고 했다. 무책임한 해명이 아닐 수 없다.
신일그룹이 울릉도 근해에서 돈스코이호 선체를 발견했다고 발표한 날은 지난 17일이다. 회사 측이 1905년 러일전쟁에 나선 돈스코이호에 200톤의 금괴와 금화 5천500 상자가 실려 있어 150조 원의 가치가 있다고 주장하자 이 회사가 일부 지분을 인수키로 했다는 제일제강의 주가가 상한가를 기록하는 등 급등했다. 신일그룹이 발행한 것으로 알려진 가상화폐 '신일골드코인(SGC)'에도 투자자들이 몰려들었다. 신일그룹은 회견에서 SGC가 싱가포르 신일그룹이 운영하는 것으로, 자사와 무관하다고 해명했지만, 진상은 금융당국이 밝혀야 할 사안이다.
지난 6월 1일 자본금 1억 원으로 탄생한 신생기업으로 알려진 신일그룹은 국민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보물선이란 소재를 앞세워 일간지 광고 등으로 투자유치 행보를 이어갔지만, 시간이 갈수록 곳곳에서 숱한 의문점을 노출했다. 이에 이 회사의 행보에 의구심을 품는 이들도 늘어났다. 다소 늦었지만 금융당국이 신일그룹의 주가 조작, 가상화폐 사기 여부 등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것은 이런 점에서 다행스럽다.
러일전쟁 때 쓰시마 근해에서 침몰한 러시아 군함 `나히모프호'에서 납덩이를 인양한 사건은 일본에서 유명한 보물선 소동이다. 돈스코이호처럼 침몰한 이 배에 많은 금화가 실려 있었다는 소문에 보물 인양을 미끼로 한 투자사기가 끊임없이 이어졌다. 1980년대에 한 우익 사업가가 침몰선에서 10kg짜리 백금괴 16개를 인양했다고 발표했지만, 나중에 백금이 아닌 납덩이로 밝혀져 국제적 망신을 샀다. 돈스코이호 보물 논란이 `제2의 나히모프호 소동'이 되지 말란 법이 없다. 보물선이란 미끼에 현혹돼 재산을 황당하게 날리는 피해자가 더는 생기지 않도록 관계 당국이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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