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활비 7억 뇌물수수 혐의는 무죄 판단 가능성에 무게
3가지 경로로 수수…국고손실 혐의는 공소시효가 변수
(서울=연합뉴스) 이보배 기자 =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의 특수활동비 상납 사건의 '자금 전달책'으로 지목된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이 1심에서 처벌을 면하면서 이 전 대통령 재판에 어떤 영향을 줄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이영훈 부장판사)는 26일 김 전 기획관이 이 전 대통령 지시에 따라 김성호·원세훈 전 국정원장으로부터 총 4억원의 특수활동비를 건네받은 공소사실을 놓고, 뇌물 방조 혐의에 무죄를 선고했다.
또 특수활동비 상납을 통해 예산을 유용하는 데 관여했다는 국고손실 방조 혐의를 두고는 공소시효가 완성됐다는 사유로 면소 판결을 내렸다.
김 전 기획관의 뇌물 방조 혐의가 무죄 판단을 받은 것은 특활비를 뇌물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국정원장들이 직위 유지에 보답하겠다는 뜻에서나 각종 편의를 기대하면서 특활비를 상납했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뇌물은 아니라는 것이다.
앞서 이뤄진 박근혜 정부 국정원의 특활비 상납 사건에서도 비슷한 판단이 나왔다. 1심 재판부는 "대가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특활비를 건넨 전직 국정원들과 상납을 받은 박 전 대통령에게 줄줄이 '뇌물 무죄' 판단을 내렸다.
이에 따라 향후 이 전 대통령 재판에서도 특활비 거래에 뇌물죄를 적용한 검찰의 공소사실은 비슷한 법리에서 무죄 판단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뇌물이 아닌 국고손실 혐의로 이 전 대통령이 처벌될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1심 법원은 이날 김 전 기획관의 국고손실 방조 혐의에 대해 "공소시효가 완성됐다"며 면소 판결을 내렸는데, 이 전 대통령 역시 비슷한 법리로 면소 판결을 받을 수 있느냐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김 전 기획관이 면소 판결을 받은 데에는 그의 직책이 예산을 직접 다루는 '회계관계직원'이 아니라는 점이 고려됐다.
회계관계직원은 특가법상 국고손실 방조 혐의가 적용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단순히 형법상 횡령 방조 혐의만 적용할 수 있고, 이렇게 되면 김 전 기획관의 공소시효는 7년이다. 따라서 7년이 지난 특활비 상납 사건의 죄책도 지울 수 없다는 게 재판부 판단이다.
이 전 대통령 역시 회계관계 직원으로 간주되지 않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앞서 박 전 대통령의 특활비 수수 사건 1심 판결에서도 재판부는 대통령이 회계관계 직원이 아니라고 봤다. 이에 따라 박 전 대통령의 특활비 상납은 국고손실 혐의가 아닌 횡령 혐의로 봐야 한다고 재판부는 평가했다. 대신 상납 액수가 5억원을 넘는 만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죄를 적용했다.
이런 법리를 이 전 대통령 사건에 적용할 때 또 다른 변수가 되는 것은 그가 특활비를 상납받은 경로가 3가지라는 점이다.
이 전 대통령은 총 7억원가량의 특활비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중 김 전 기획관을 통해 김성호·원세훈 전 국정원장에게 받은 것이 4억원이다. 2억원은 김성호전 원장에게 직접 받았고, 약 1억원(10만 달러)은 김희중 전 청와대 부속실장이 국정원으로부터 건네받은 돈이다.
이 3가지 경로로 특활비를 받은 것을 포괄일죄, 즉 하나의 범죄로 본다면 공소시효가 7년이 아닌 10년으로 늘어난다. 국정원 예산을 빼낸 총액이 7억원에 이르므로 횡령 액수가 5억원을 넘겼을 때 적용하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죄가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3가지 경로의 금품 거래를 개별 범죄로 본다면 김 전 기획관의 경우처럼 공소시효가 지난 범죄라는 판단이 나올 수 있다.
법조계에서는 3가지 경로의 금품거래 모두가 사실로 인정될 경우, 대통령에 대한 '국정원 특활비 상납'이라는 공통점, 횡령 방식이 유사한 점 등에 비춰 하나의 범죄로 간주될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게 분석에 무게를 더 싣고 있다.
bob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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