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조비상] 충청 식수원 대청호 녹색 찌꺼기 '둥둥'·악취 진동

입력 2018-07-27 09:01   수정 2018-07-27 14:11

[녹조비상] 충청 식수원 대청호 녹색 찌꺼기 '둥둥'·악취 진동
폭염 속 추소∼이평수역 녹색 기운 빠르게 호수 중심부로 확산
가장자리 녹색 부유물 '둥둥' 막대로 휘젓자 역한 냄새 '풀풀'

(옥천=연합뉴스) 박병기 기자 = 충청권 식수원인 대청호가 진녹색으로 물들어가고 있다. 해마다 여름이면 녹조가 번성해 나타나는 현상이다.

대청호 녹조는 전국 하천과 호수 가운데 가장 악명이 높다.
조류경보제 도입 이후 2014년을 제외하고 연례행사처럼 경보가 발령됐고, 기간도 가장 길다. 투병한 플라스틱 컵에 담은 호수 물빛을 빗대 '녹조라떼'라는 신조어까지 생겼을 정도다.
지난해에도 이 호수에는 7월 26일(회남수역)부터 11월 22일(추동수역)까지 무려 120일간 조류경보가 발령됐다. 조류 농도를 나타내는 남조류 수치 역시 2001년 이후 가장 높은 20만6천126cells/㎖까지 치솟았다. 근래 보기 드문 최악의 수치였다.
올해는 이보다 녹조 발생은 더딘 편이다.
금강유역환경청이 지난 23일 측정한 남조류 수치는 회남수역 940cells/㎎, 추동수역 874cells/㎎, 문의수역 840cells/㎎로 조류경보 발령수준에 미치지 못한다.
환경부는 남조류가 2주 연속 1천cells/㎎을 넘을 경우 조류경보 '관심 단계'를, 1만cells/㎎ 이상으로 올라가면 '경계 단계'를 발령한다.

금강유역환경청 관계자는 "짧은 장마로 남조류의 먹이가 되는 질소·인 같은 영양염류 유입이 줄었고, 뒤이은 폭염으로 수면(표층) 온도가 급상승한 게 녹조 발생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고 분석했다.
남조류는 대개 25∼30도의 수온에서 가장 잘 번성하지만, 그보다 높아지면 오히려 위축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호수 중심부 녹조는 비교적 안정적인 반면, '진앙'으로 불리는 충북 옥천군 군북면 추소수역 상황은 작년보다도 심각하다.
소옥천이 합류되는 이곳은 물 흐름이 완만하면서 수심도 얕아 해마다 농도 짙은 녹조가 발생한다. 심할 경우 물속에서 분변 냄새 같은 악취가 나기도 한다.
지난 26일 연합뉴스 취재진이 찾은 추소수역은 이미 진녹색으로 변해 있었다. 얼핏 봐 호수라기보다 넓은 잔디밭이 펼쳐진 듯했다.
물살이 머무는 호수 가장자리에는 진녹색 부유물이 둥둥 떠다니면서 악취를 풍겼다. 흰색 종이 한 장을 수면에 띄웠더니 금세 부유물 찌꺼기가 뒤엉키면서 녹색으로 변했다.
막대로 수면을 휘젓자 역겨운 냄새가 올라와 숨쉬기조차 힘들었다.

주민들은 "폭염이 이어지면서 녹조가 하루가 다르게 짙어지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지난주까지 이 수역에만 머물던 녹색기운이 본류인 회남수역 쪽으로 빠르게 퍼지고 있다는 얘기다.
이를 입증하듯 회남수역이 남조류 수치는 1주 전(322cells/㎎)에 비해 3배 가까이 상승, 경보발령 기준에 근접했다.
지난 20일에는 김은경 환경부 장관이 직접 배를 타고 호수를 거슬러 오르면서 녹조 상황을 점검했을 정도다.
당국은 녹조 확산에 대비해 수질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추소수역에는 '수차(水車)'로 불리는 물순환장치 15대를 가동해 용존산소량을 늘려주면서 호수 안 쓰레기와 녹조 찌꺼기 등 오염물질을 걷어내고 있다.
소옥천 합류지점 등 6곳에 조류 차단막을 설치했으며, 조류 제거선박 1척도 새로 도입한 상태다.
bgipar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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