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성적 보며 자존심 상했다…그래서 바꿔야 했다"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윤성환(37·삼성 라이온즈)은 "전반기는 후회만 가득하다"고 했다.
KBO리그에서 가장 꾸준한 우완 선발이었던 윤성환은 올해 전반기에 지독한 부진에 시달렸다.
그의 전반기 성적은 3승 7패 평균자책점 7.65다.
하지만 전반기 막판부터 윤성환이 살아났다. 그는 전반기 마지막 등판이었던 8일 경기에서 '1위' 두산 베어스 타선을 5이닝 8피안타 1실점으로 잘 막았다. 21일 후반기 첫 등판에서는 2위 싸움을 하는 한화 이글스를 상대로 6이닝 5피안타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2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만난 윤성환은 "이제 7이닝을 던질 차례네요"라고 웃었다.
그는 무척 오랜만에 웃었다.
윤성환은 "사실 나도 처음에는 일시적인 부진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변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윤성환은 2018 KBO리그 개막전에 나선 유일한 토종 선발이었다. 나머지 9개 구단은 개막전 선발로 모두 외국인 투수를 내세웠다.
그만큼 '에이스'로 인정받았던 윤성환은 올해 전반기 내내 부진했다. 5월 28일부터 6월 10일까지, 14일 동안 2군 생활을 했다.
윤성환은 "부상이 아닌 부진으로 2군 생활을 한 건 처음인 것 같다"며 "2군에 내려가는 것 때문이 아니라, 내 성적을 보며 자존심이 상했다"고 떠올렸다.
꽤 오랫동안 많은 지도자가 젊은 투수들에게 "윤성환처럼 던져라"라고 조언했다. 삼성 신인 양창섭 등 많은 유망주가 "윤성환 선배를 닮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윤성환이 주목받은 건 공격적인 투구와 꾸준한 기록 덕이었다.
시속 140㎞ 초반의 빠르지 않은 직구를 던지는 윤성환은 커브와 슬라이더, 포크볼 등을 섞어 '빠르게 보이는 시각적 효과'를 만들고 대담한 승부를 펼쳤다.
올해도 같은 방법으로 타자를 상대했다. 그러나 결과가 달랐다.
윤성환은 "몸 상태도, 구위도 지난해와 다를 게 없었다"며 "예전과 달리 연타를 허용하는 데 이를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뭔가 바꿔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말이 들릴 때는 항변도 했다"고 털어놨다.
부진이 계속되면서 윤성환은 '변화'를 받아들였다.
그는 "차분하게 분석해보니 타자들이 내 투구 패턴에 익숙해져 있더라. 코칭스태프, 전력분석팀의 도움을 받아 투구 패턴을 많이 바꿨다"며 "2군에 내려가기 전에 오치아이 에이지 코치님이 짠 훈련 일정표를 받았고, 그 프로그램에 따라 열심히 훈련했다. 공을 많이 던지고, 타자 분석도 새롭게 했다"고 밝혔다.
윤성환은 "바꾸니까 새로운 길이 보이더라. 더 빨리 변화를 택하지 않은 걸 후회했다"고 덧붙였다.
전반기 내내 부진했던 삼성은 후반기 들어 반등에 성공했다. 반등의 키는 '선발진'이다.
윤성환은 "내가 봐도 우리 선발진이 참 좋다. 선발 5명이 선의의 경쟁을 하면서, 서로 발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리고 '책임감'을 이야기했다.
그는 "내가 전반기에 5승 정도만 더 했어도 우리 팀이 더 빨리 중위권 싸움을 했을 것이다. 올 시즌 내 부진이 내 미래를 생각하면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팀에는 정말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만회할 기회는 있다. 윤성환은 "선발진이 강한 팀은 기복 없이 정규시즌을 치를 수 있다. 전반기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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