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로 떠나보낸 주민 "노회찬의 정의 결코 지지 않을 것"
(창원=연합뉴스) 박정헌 기자 = 영정 속 고인이 미소 지으며 작별을 고하자 주민들은 눈물로 떠나는 길을 배웅했다.
발인과 영결식을 하루 앞둔 26일 고(故) 노회찬 정의당 의원의 영정이 지역구인 경남 창원시 성산구에 도착해 그를 아끼고 지지했던 주민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여영국 정의당 경남도당 위원장, 김영훈 정의당 노동본부장 등 당과 노동계 인사들은 이날 오후 4시 30분부터 노 의원이 지역구에 남긴 발자취를 하나하나 따라갔다.
이들은 영정을 품에 꼭 안은 채 창원 성산구의 노 의원 자택, 반송시장, 단식투쟁 중인 성동조선 노조 천막, 민주노총 경남본부, 노 의원 사무실, 정의당 경남도당 등을 차례로 돌았다.
20평대 조그만 아파트지만 노 의원의 소탈한 삶이 밴 자택 구석구석을 둘러봤다.
이어 평소 노 의원이 자주 찾은 반송시장에서 노제를 치렀다.
영정을 든 여 위원장은 아직 노 의원과의 작별이 믿기지 않는 듯 이동하는 내내 흐느꼈다.
시장 사람들이 손수 마련한 술과 음식으로 노제가 치러지자 시민 40여 명이 모여 고인과 석별의 정을 나눴다.
일부 시민은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거나 조용히 흐느끼기도 했다.
과일 네댓 개와 편육, 막걸리 등 상에 오른 음식은 생전 노 의원이 즐겼던 음식처럼 소탈했다.
노동계·정계 인사들은 물론 시민들도 너나 할 것 없이 돌아가며 영정 앞에 절을 올리고 술을 따랐다.
절을 올린 여 위원장은 한참을 오열하며 일어설 줄 몰랐다.
여 위원장은 "그동안 노 의원을 지지하고 성원해줘 여기 계신 여러분께 너무 감사드린다"며 "노 의원은 양심과 자신의 싸움에서 양심을 이기지 못한 채 결국 무거운 짐을 지고 말았다"고 추모했다.
이후 노 의원의 영정은 경남도청 앞 성동조선 농성장에서 서로 각별히 생각한 노조원들과 인사했다.
성동조선 강기성 지회장은 "의원님은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지금까지 우리와 함께했다"며 "얼마 전에도 농성장을 방문해 함께 이런저런 얘기를 나눈 기억이 잊히지 않는다"고 고인을 기렸다.
이어 "이제 우리가 무거운 짐을 이어받아 묵묵히 안고 갈 테니 편안히 쉬셨으면 한다"며 "의원님의 뜻을 이어받아 반드시 승리하겠다"고 덧붙였다.
노 의원의 영정은 이후 생전 자신이 따낸 예산으로 리모델링 중인 민주노총 경남본부를 찾았다.
여기서도 노 의원의 명복을 비는 소박한 노제가 열렸다.
민주노총 류조환 본부장은 "의원님이 확보한 예산으로 공사하는 도중에 이곳에 모시게 돼 황망하기 그지없다"며 "의원님이 노동운동과 진보정치사에 남긴 족적을 열심히 따르겠으니 이제 평화로운 곳에서 안식을 취하시길 바란다"고 애도했다.
이어 찾은 노 의원 사무실, 정의당 경남도당 구석구석을 찬찬히 둘러본 노 의원 영정은 이후 시민분향소로 자리를 옮겼다.
영정이 찾은 곳마다 짧고 무거운 묵념이 뒤따랐다.
이날 노 의원의 마지막 지역구 방문은 김유철 시인의 조시처럼 고인을 떠나보낼 준비를 하는 동시에 남겨진 이들의 책임을 다시 환기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눈부셨지만 있는 그대로 소박하게 아름다웠던 사람/노회찬의 정의는 결코 지지 않으며/끝나지 않는 우리들의 길/진보의 길, 잊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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