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비니 장관 반발…"부당한 취급…많은 신자가 내 정책 지지"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이탈리아의 유력 가톨릭 잡지가 강경 난민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는 극우 성향의 내무장관을 사탄에 비유해 논란이 일고 있다.
가톨릭 주간지인 '파밀리아 크리스티아나'(기독교 가정)는 25일(현지시간) 발행한 최신호 표지에 마테오 살비니 내무장관의 사진과 함께 '살비니는 물러가라'는 제목이 붙은 특집 기사를 소개했다.
이 같은 제목은 중세 가톨릭에서 퇴마 의식을 할 때 사용하던 문구인 '사탄은 물러가라'에서 차용한 것이다.
이 잡지는 난민 위기를 다룬 특집 기사에서 "이탈리아주교회의부터 주교들 개개인, 종교 단체에 이르기까지 가톨릭 교회는 살비니 내무장관의 (난민을 겨냥한)공격적인 어조에 맞서고 있다"며 "이는 개인적이거나, 이념적인 것이 아니라 성경의 가르침에 기반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매주 25만 부가 팔릴 정도로 영향력이 큰 잡지에 실린 이 같은 기사에 살비니는 즉각 반발했다.
그는 페이스북에 "나는 완벽한 기독교인은 아니지만 이런 취급을 받는 것은 옳지 않다"며 "그러나 성당에 다니는 많은 신자로부터 날마다 지지를 받고 있다는 사실은 나에게 위안을 준다"고 말했다.
반(反)난민, 반이슬람을 표방하는 극우정당 '동맹'의 수장이기도 한 그는 선거 유세 때 종종 묵주와 성경책을 들고 공약을 제시하는 모습을 연출하며 자신이 가톨릭 신자임을 노골적으로 강조해왔다.
가톨릭 교회는 살비니 장관이 지난 달 취임 이후 지중해에서 난민 구조 활동을 하는 외국 비정부기구(NGO) 소속 난민구조선의 이탈리아 입항을 거부하는 등 강경한 난민 정책을 펴며 최근 들어 지중해에서 목숨을 잃는 난민들이 늘어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탈리아주교회의는 지난 주 지중해에서 난파된 난민선 주변에서 젊은 여성과 그의 아들로 추정되는 아이가 죽어있는 사진이 공개된 이후 이들의 사망 책임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자, "천박함과 야만에서 인간성을 지킬 것을 분명하게 경고한다. 우리는 모든 생명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고 이탈리아 정부를 성토하기도 했다.
전쟁과 기아를 피해 정든 고향을 등진 난민을 잘 사는 서구 국가들이 따뜻하게 환영할 것을 일관되게 촉구해온 프란치스코 교황 역시 지난 22일 일요 일반알현에서 이 사건을 언급하며 난민을 포함한 모든 사람의 안전과 권리, 존엄을 보장할 것을 국제사회에 재차 촉구했다.
하지만 살비니 장관은 교황의 발언 직후 자신의 트위터에 가톨릭의 교리문답서의 한 조항을 거론하며 "더 잘사는 나라라도 능력이 허용하는 범위에서만 이방인을 환영할 의무가 있다"고 토를 달았다.
살비니를 사탄에 비유한 잡지는 이 같은 트윗에 대해서도 "살비니 장관은 교리문답서와 복음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있다"며 "성경에 따르면 우리 모두는 이웃을 사랑하는 것에 대해 심판을 받는다"고 반박했다.
한편, 이탈리아는 가톨릭의 본산인 바티칸을 품고 있어 가톨릭의 영향력이 비교적 큰 사회이지만,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약 3분의 2가량이 난민들에게 항구를 닫은 살비니의 강경 난민 정책을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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